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7차 노동당 대회 이틀째인 7일 ‘개혁·개방 없는 핵 고수’를 강조하면서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를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제의한 것은 전형적인 대남 평화공세로 풀이된다.
북한은 나아가 “북남(남북)관계의 현 파국 상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자”고 제의했다. 특히 심리전 방송과 전단(삐라) 살포 중단을 요구한 것은 군사회담 제안 목적을 분명히 보여준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지난해 8·25합의 때처럼 올해 1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김정은은 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지금처럼 북남 군사당국 간 의사통로가 완전히 차단돼 있고 서로 총부리를 겨눈 첨예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언제 어디서 무장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며 그것이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한 김정은은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대남 군사 협상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핵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 등 대남 핵 우위를 바탕으로 대화(평화) 공세를 적극 펼치되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추가 핵실험의 명분으로 삼고 협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화전양면 전술의 최종 목적은 그들 방식의 ‘연방제 통일’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이를 위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김정은은 또 연방제 통일을 비롯해 김일성 시대 때 나온 통일 원칙 및 방안인 “조국통일 3대 헌장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통일의 앞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한국 내 친북세력을 부추겨 통일담론에 대한 남한 내 이념대결을 조장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정은은 남북 군사회담을 대남 평화공세의 핵심 수단이자 연방제 통일 논의의 테이블로 활용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제 통일안은 김일성이 수상 시절이던 1960년에 처음 제안했다. 김일성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 방안의 전제조건으로 반공법 국가보안법 폐지와 공산당 합법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과 주한미군 철수,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을 내세웠다. 김정은은 이번에 주한미군 철수도 주장했다. 이처럼 김정은이 내놓은 통일 관련 주장은 김일성 시대 주장을 되풀이한 ‘김일성 따라하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정은은 통일에 대해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만일 남조선 당국이 천만부당한 ‘제도 통일’(흡수 통일)을 고집하고 끝끝내 전쟁의 길을 택한다면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반통일 세력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런 대화 공세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나 평화협정 논의를 추진하려면 한국과의 화해 무드 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화 공세를 시작했다는 얘기다. 북한은 과거부터 북-미 간 평화협정과 남북 간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 기본합의서)’ 접근이라는 투 트랙 평화공세를 펼쳤다. 이번에도 남북 기본합의서상 불가침 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의 군사회담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북-미 간 평화협정 논의를 선전하고 나설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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