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잠룡들과 골고루 소통”… 문재인 대세론과 거리 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9일 03시 00분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손학규 등 대선주자 측근들 원내지도부 안배
김종인 ‘다수 경쟁론’과 일맥상통… 당내 “86그룹, 킹메이커 노리는듯”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신임 원내 부대표단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욱 백혜련 부대표, 우 원내대표, 박완주 수석부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신임 원내 부대표단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욱 백혜련 부대표, 우 원내대표, 박완주 수석부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잠재적 대선 후보와 소통할 수 있는 분을 골고루 배치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8일 최인호 김병욱 당선자 등 11명의 원내 부대표단을 발표하며 인선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원내 지도부 구성에 당내 유력 대권 주자들을 두루 고려한 이면에는 원내 지도부를 장악한 ‘86그룹’이 내년 대선에서 적극적인 ‘킹 메이커’ 역할을 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대표단 가운데 최 당선자는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깝고, 김 당선자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최측근이다. 이에 따라 원내 지도부에는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당선자 등 잠재적인 당내 대권 주자들과 가까운 인사들이 고루 배치됐다. 우 원내대표 스스로도 “다양한 잠재적 대선 후보와의 소통을 중시한 인선”이라며 “당 운영에 있어 (대선 후보 간) 소통이 안 돼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86그룹이 내년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원내 부대표단 인선 결과를 보면 86그룹이 ‘문재인 대세론’ 대신 잠룡 간의 경쟁을 통해 새로운 판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여기에는 86그룹의 자체적인 대선 후보가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곧 시작될 대선 레이스에서 자체적인 후보를 내지 못하는 세력은 급격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86그룹은 4·13총선에서 3선·재선 의원을 다수 배출했지만 마땅한 대선 주자는 없다. 자칫 각 대선 주자 진영으로 흩어질 경우 86그룹 자체가 소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킹 메이커’ 역할을 통해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86그룹의 태도는 “다수의 대선 주자 간 경쟁”을 천명한 김종인 대표의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 “당의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며 ‘문재인 대세론’과 거리를 둬 왔다. 김 대표 측 인사는 “김 대표가 평소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지지율 1.5%에서 시작했다’는 말을 해 왔다”며 “86그룹 역시 대선 후보 경선을 통해 당시와 같은 국면을 만들어 낼 뜻이 있다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의 ‘투 톱’인 김 대표와 우 원내대표 측이 의기투합한다면 문 전 대표에게는 향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세력이 다른 대선 후보들의 약진을 직간접으로 지원할 경우 당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부동의 1위인 문 전 대표로서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현재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에 우군이 많지 않은 친문(친문재인) 진영으로선 차기 당 대표만은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8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
#우상호#문재인#대권#더민주#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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