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국회를 이끌어갈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9일 오전 10분간의 짧은 상견례를 겸한 첫 회동을 했다.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고 오랫동안 같은 당에서 정치를 했지만 이날 두 사람 간에는 팽팽한 기 싸움이 벌어졌다.
회동이 시작되자 우 원내대표가 먼저 “원(院) 구성부터 야당끼리 잘 협력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꽃피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저희는 캐스팅보트가 아니라 선도정당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제1당에서 베풀어야지, (의원 수) 적은 당에 내놓으라 하면 안 된다”고 맞받았다. 우 원내대표가 “양당이 성과를 내도록 선(先) 협력하자”고 하자 박 원내대표도 그제야 “물 흘러가듯 잘 지도해 달라”며 한발 물러섰다.
회동이 끝날 무렵 우 원내대표가 “둘 다 DJ의 문하생이라 누구보다 협조가 잘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지만 박 원내대표는 답하지 않았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 원내대표는 1987년 DJ가 이끄는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우 원내대표는 2000년 DJ의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정치권에 발을 내디뎠다. 박 원내대표가 회동장을 나가며 거듭 양보를 요청하자 우 원내대표는 “양보할 건 시원시원하게 할 테니 걱정 말라”고 답했다.
회동에 앞서 국회 상임위원회 조정을 둘러싸고도 두 사람 간에 신경전이 오갔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환경노동위 분리를 주장해온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상임위 수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하겠다”며 “국방위-정보위, 윤리특별위-운영위, 여성가족위-안전행정위를 합치면 된다”고 했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들이 이것저것 붙여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법사위원장은 당연히 (국회의장이 나오는 당과) 다른 당에서 맡는 게 좋다”고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모두 더민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당 당선자 38명에 대한 상임위 희망 조사에서는 지역구 교육 예산 확보가 용이해 인기가 높은 교문위에 지원자가 10명이나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4명까지 교문위에 배치될 것으로 보고 있어 교문위를 1순위로 희망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를 놓고 “당 대표가 ‘노른자위 상임위’를 차지하려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당초 안 대표는 외교통일위 지망도 고민했지만 외교안보 수업을 위한 대권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더민주당도 당선자 123명 중 30여 명이 교문위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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