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가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 부문까지로 확산을 기대하는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자 노동계는 총파업을 예고하며 맞불을 놓을 태세다. 여기에 정치권마저 끼어들 움직임을 보여 성과연봉제가 노동계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9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공공기관의 내년도 인건비를 동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성과연봉제 우수기관 인센티브 및 미(未)이행 기관 불이익 부여 방안’을 확정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30개 공기업은 6월 말까지, 90개 준정부기관은 12월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내년도 총인건비가 동결된다. 또 기관장 평가에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가 반영된다. 빨리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에 대해선 사후평가를 통해 기본월급의 10∼30% 범위 내에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그간 정부 대책은 공공기관 평가 가점 부여, 인센티브 제공 등 ‘당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인건비 동결 등 ‘채찍’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당국의 강경 노선으로의 전환은 박근혜 대통령이 6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재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중간 점검을 하겠다고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2일 박 대통령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지만 9일 현재 120개 공공기관(기타 공공기관은 제외) 중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한 기관은 53개(44.2%)에 머물렀다.
특히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공기업들의 실적이 극히 부진하다.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위원회 산하 준정부기관 5곳 중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예금보험공사 한 곳뿐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최근 노조가 성과주의 도입 관련 찬반 투표를 실시해 85%의 반대로 부결되자 김재천 사장이 사의를 밝히기도 했다. 김 사장의 사의는 금융위가 반려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금융위는 이 준정부기관들 외에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 4곳의 기타공공기관에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지만 노조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금융공기업부터 성과연봉제를 차례로 도입한 뒤 연내에 민간 금융회사들이 뒤따라오도록 유도한다는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노동계는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로 이어지는 생존의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양대 노총은 2014년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맞서 조직했던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10일 복원하고 세부 투쟁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부 강경 세력은 양대 노총 공동 총파업까지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또 20대 총선의 여소야대 국면을 최대한 활용해 국회를 통한 ‘압박 투쟁’도 병행할 방침이다. 야당들도 노조를 의식해 ‘노사 합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철밥통’을 성과연봉제로 깨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고, 조선 해운 등 부실 업종 구조조정도 맞물려 있어 양대 노총의 강한 연대가 이뤄지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많다. 양대 노총 공동 총파업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이 마지막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 것처럼 공공기관들이 결국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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