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바뀌지 않는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소신껏 해야 한다.”(새누리당의 한 상임고문)
“제가 대통령을 할 것도 아니고 저 하나 희생할 각오로 단호하게 하겠습니다.”(정 원내대표)
12일 새누리당 상임고문단과 원내지도부 간 오찬 회동에서 오간 대화다. 당의 원로들이 박 대통령을 겨냥해 ‘쇄신 의지 부족’을 질타한 것은 이례적이다. 4·13총선 참패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의 쇄신 논의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여전히 중구난방으로 흐르고 있다.
당장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별도로 꾸리기로 한 데 대해 발표 하루 만에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혁신위가 아무리 좋은 혁신안을 만들어도 비대위나 차기 지도부의 실천 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상당수 상임고문도 ‘투 트랙 체제’에 부정적이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당 대표가 실권을 갖고 당을 개혁해야지 외부에서 온 사람이 뭘 어떻게 하겠느냐”며 “정치판에는 만병을 다스리는 편작(중국 전국 시대 명의)이 없다”고 했다. 혁신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느니 빨리 전당대회를 치르는 게 낫다는 얘기다.
공개적으로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정현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대위-혁신위 분리를 결정한) 중진 의원 연석회의는 친목모임에 불과하다”며 “의원총회를 열어 추인받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전당대회 일정을) 더 당겨 새로 구성될 지도부가 당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이날 5선 의원 만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새 당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당청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시스템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당의 수습책을 듣고 절망감을 느꼈다. 정진석 체제가 원유철 전 원내대표의 시행착오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데 반대한 것이다. 하 의원 등 소장파들은 ‘원유철 비대위원장’ 방안을 무산시킨 바 있다. 하 의원은 “(비대위를 추인할) 전국위원회에서 정진석 체제가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도 했다. 전국위는 17일 열린다.
집단지도 체제나 당권-대권 분리 규정 등 각론에 들어가면 의견은 더 엇갈린다. 친박(친박근혜)계인 홍문종 의원은 “대권 후보로 외부 인사를 옹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게 맞다”고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에선 대선 주자들이 조기에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위가 출범한다 해도 혁신안 마련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혁신위는 언터처블(untouchable)로 가서 총선 참패 원인 진단과 계파 해체 방안, 정권 재창출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며 “마누라 빼고 다 바꾸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실권 없는 혁신위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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