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핵 관련 중요 인사 명단과 시설들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유고가 발생하면 이를 신속히 장악할 수 있는 조직과 플랜을 갖고 있다.”
―한국도 북핵 장악 능력을 갖고 있나.
“능력을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국은 핵무기도 없고 핵무기를 직접 다루어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우리 정보기관 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민감한 이야기다. 미국 한국 정보기관은 밀접한 협력관계에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협력이 잘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정보기관은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대북 활동도 실제보다 과장이 좀 있고 자랑하려고 (드러내서는 안 되는) 활동 내용을 드러내는 경향도 있다. 여야 간에 정권이 바뀌며 조직이 많이 이완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대북 휴민트(인적정보망)나 중국에 있던 정보 거점들도 많이 약해졌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세기의 첩보전’이라는 다큐멘터리에는 냉전시대 소련을 무너뜨린 미국 정보기관 중앙정보국(CIA)의 활약상이 자세히 소개된다. 소련 스파이를 포섭한 CIA는 소련 정보기관 KGB 요원 명단은 물론 수천 건에 달하는 핵무기 기술정보를 확보해 소련 경제를 흔드는 ‘경제 전쟁’을 한다.
2004년 워싱턴포스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결함이 있는 기술을 몰래 소련에 넘겨 경제를 파괴하는 CIA 계획을 승인(1982년)했으며 이때 넘겨진 소프트웨어가 그 후 시베리아 천연가스관의 폭발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소속이었던 토머스 리드 전 공군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가스관 폭발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련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냉전 종식을 가져온 것은 유혈 전쟁이나 핵전쟁이 아니라 소련의 궁극적인 경제 파산이었다”고 했다.
국가정보원의 실제 활동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다만 국정원의 대북 능력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있다. 음지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요원도 많겠지만 김정은이 날이면 날마다 핵으로 위협하는 엄중한 시국에 국정원을 생각하면 믿음은커녕 우려와 탄식이 앞선다,
“죽었다”고 정부가 문건까지 돌렸던 이영길 전 북한군 총참모장(61·한국의 합참의장 격)이 멀쩡히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반성이나 성찰하는 당국자는 보이지 않는다. 전직 국정원 관리는 “‘첩보’를 다양한 크로스체크를 통해 ‘정보’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내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했다.
전쟁에는 보이는 전쟁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invisible) 전쟁’도 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을 수행하는 첨병은 정보기관이다. 안보 대통령답게 박근혜 대통령은 엄청난 국가예산을 쓰고 있는 국정원의 대북 활동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북핵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근본적인 수술을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정원을 북핵에 맞설 수 있는 첨단 전력으로 개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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