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 13일자 2면에 크게 게재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현지 시찰 사진은 7차 당 대회 이후 북한이 ‘김정은 유일 지배의 수령 체제’로 변화했음을 대내외에 강조하려는 선전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은 9일 끝난 당 대회 이후 첫 현지 시찰 장소인 기계설비 전시장에 인민복이 아닌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집권 5년 차인 김정은이 현지 시찰에 양복을 입은 건 처음이다. 의사결정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된 당정군 삼두마차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참석했다. 기존 당 비서 역할을 맡게 된 당 중앙위 부위원장들도 총출동했다.
사진 속 김정은은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80마력짜리 트랙터에 올라타서 이들을 내려다보며 웃는 모습이었다. 핵심 권력 엘리트들은 뒤통수만 보인 채 김정은을 올려다봤다. 김정은에게 권력이 집중된 개인숭배체제가 본격화됐음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양복 착용은 당 대회에서 두드러진 ‘김일성 따라 하기’의 연속으로 보인다. 김일성은 말년에 주로 양복을 입고 현지 시찰을 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김정은이 당 대회를 마친 뒤 ‘정상국가’의 지도자인 것처럼 대외에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인민복의 원조인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지난해 9월 전승절 열병식처럼 특별한 경우에만 인민복을 입는다.
김정은은 “트랙터와 농기계를 개발해 양곡 증산에 이바지하라”고 독촉했다. 현지지도의 초점을 ‘식량 증산’에 맞춘 것은 당 대회를 마친 김정은이 당면한 절박한 문제가 식량난 해결임을 시사한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 결정서에서 “5년 안에 식량 문제, 먹는 문제를 반드시 풀고 인민들에 대한 식량 공급을 정상화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특히 “자강력 제일주의만이 살길이고 만능의 보검”이라며 “수입병을 뿌리 뽑고 종지부를 찍으라”고 언급해 폐쇄적 경제발전 전략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새로 부장에 임명된 이철만도 동행했다. 통일부는 이철만이 농업 관련 부서 부장일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당 대회 평가 자료를 내고 “당 대회 이후 국가기관 선거를 하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책도 변경시킬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룡해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된 것은 명목상 국가수반인 고령(88세)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사망을 대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 중앙위 정치국 정무국 등 주요 정책기관의 세대교체가 적었지만 당 중앙위원, 후보위원은 54%가 교체됐다. 신진 세력이 상위 직책으로 진출하는 길을 터주려는 것이라고 통일부는 분석했다.
한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당 대회 개최를 위해 2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썼다”고 추산했다. 그는 당 대회에 참가한 총 5054명에게 4만 달러씩 들어갔다고 추정했다. 그는 4만 달러에는 선물, 의류, 교통비와 7개월간의 당 대회 준비 비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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