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자라와 H&M, 유니클로를 즐겨 입고, 1인분에 48달러(약 5만6000원)짜리 1등급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는다. 헬스클럽에서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며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거나 요가를 한다….
2016년 5월 북한 상위 1%가 평양에서 누리는 일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현지 시간) 북한 노동당 7차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이달 초 평양을 방문한 애나 파이필드 도쿄지국장의 르포기사 ‘북한의 1%, 평해튼에서 운치 있는 삶을 즐기다’를 보도했다. 일반 공무원 월급이 10달러(약 1만1700원)도 안 되는 경제난 속에서 호사를 누리는 이들의 세계를, 물가가 비싸기로 이름난 미국 뉴욕 맨해튼에 빗대 ‘평해튼’(평양+맨해튼)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신문은 평해튼의 삶을 사는 상위 1%는 ‘돈주’라고 불리는 부호층이라고 소개했다. 평양 주재 유럽인과 탈북자 등을 통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노동당 고위직의 가족이다.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는 국영기업을 운영하거나 북한 내 투자 유치와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도 있다.
젊은 1%는 해외에서 사 온 글로벌 브랜드를 주로 입는다. 여자들 사이에선 엘르가 최고 인기 있다. 남자들은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를 좋아한다. 2014년까지 평해튼에서 살다 탈북해 현재 미국에 사는 이소현 씨(24)는 WP 인터뷰에서 “상위 1% 젊은이들이 중국에 여행갈 때는 친구들이 사다 달라며 전해준 쇼핑리스트로 ‘무장’한다”고 말했다.
파이필드 지국장이 찾은 평양 커피숍의 커피 가격은 4∼8달러(약 4700∼9400원)였고, 아이스모카 커피는 9달러(약 1만500원)나 했다. 맨해튼이나 워싱턴 스타벅스의 아이스모카 커피는 가장 큰 ‘벤티’ 사이즈가 4.65달러(약 5400원)다. 평양 주체탑 근처에선 독일 식당, 스시 바, 바비큐 전문 레스토랑, 피자 가게 등도 취재했다. 독일 식당에선 구운 감자를 곁들인 1등급 쇠고기 스테이크를 48달러에 팔았다. 바비큐 레스토랑엔 50달러(약 5만8000원)짜리 요리도 있었다. 뉴욕의 유명 스테이크 레스토랑 ‘피터 루거’의 1등급 쇠고기 스테이크가 39.5달러(약 4만6000원)인 것에 비하면 평해튼 물가가 뉴욕보다 더 높은 셈이다.
쇼핑객이 가장 몰리는 시간대인 토요일(14일) 오후 8시경 들른 식료품 가게에선 호주산 쇠고기, 노르웨이산 연어, 수제맥주 등을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고 있었다. 손님은 거의 없었다. WP는 “한국에서 일반화된 성형수술도 평양에 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쌍꺼풀 수술은 물론 코 수술도 한다. 쌍꺼풀 수술은 최소 50달러에서 많게는 200달러(약 23만4000원)가 든다.
신문은 이번 방문에서 보고 들은 평해튼의 모습이 대외 홍보용인 측면도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평양 김일성광장 근처에 고층 아파트들이 건축되고 있지만 건물 표면의 타일이 떨어져 나가고 전력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다. 신문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의 20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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