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 포스트에 갑자기 충청 출신 인사들이 부상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기문 대망론’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더 구체적으로는 ‘충청+TK(대구경북) 연합론’이다. 이는 친박(친박근혜)계가 그리는 최상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다.
한 친박계 핵심 인사는 최근 “포지티브 방식으로 대권을 잡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띄우기에는 시간도 없고, 여건도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이 인사는 “결국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띄워 충청 표의 70%를 가져오고 거기에 TK 표를 얹는 지역 연합 구도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이런 지역주의 선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네거티브 방식이지만 현재로선 유일한 필승 전략”이라고 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6일 “나라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앞장서서 분연히 일어난 사람이 충청인”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충북 제천 출신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대전 출신 새누리당 김용태 혁신위원장 등 충청 출신 인사가 전진 배치된 이유를 설명하면서다.
여권 일각에선 이 같은 ‘충청 출신 약진’이 ‘반기문 대망론’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의 지지도가 충남으로 확산되려면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현 정치권에 얼마 남지 않은 ‘JP 문하생’이다. 이 실장은 반 총장이 포함된 충청 출신 인사 모임인 ‘청명회’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이 박 대통령과 반 총장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반 총장을 모셔 오는 것이 새누리당이나 대한민국을 위해 좋은 선택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반 총장은 새누리당에 변수가 아닌 상수”라고 했다. 반 총장을 상수로 두고 대선 플랜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충청향우회 중앙회는 19일 20대 국회 여야 당선자 중 충청 출신 52명을 초청해 ‘충청향우 친선의 밤’ 행사를 연다. 25일 반 총장의 방한을 앞두고 ‘반기문 대망론’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 총장이 ‘꽃가마’를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마음)이 반 총장에게 있느냐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을 만났다. 최 전 부총리는 이 회동에 앞서 박 대통령에게 “반 총장을 만나면 특별히 전할 얘기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한국의 대통령제하에서 반 총장은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둬 호감을 얻은 반 총장이 친박계와 손을 잡고 정치공학적 지역 연합 구도를 만드는 순간 ‘구태 정치’에 대한 반감을 사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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