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235명 재석… 점심 지나자 170명
鄭의장 “소명 느끼는 정치인 줄고, 단순 직장으로 여기는 의원 늘어”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19대 국회는 19일 마지막 본회의까지 지각과 결석으로 얼룩졌다. 이날 국회 본청에는 4년간 정치무대의 주인공 역할을 했던 중진 의원들과 4·13총선에서 낙선한 의원까지 235명이 ‘마지막 등원’을 했다. 하지만 법안 처리가 아닌 서로 노고를 치하하고 기념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대 총선에 불출마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9대 국회에서 대선 출마도 했고 당 대표도 했고 총선도 치렀다”며 “제 평생의 정치를 압축적으로 경험한 국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이제 자유로워지는 거죠”라며 즉답을 피했다. 문 전 대표는 내년 초로 예정된 더민주당 대선 경선까지 대선 주자 지위를 지키기 위해 향후 행보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대구 지역구에 머물던 무소속 유승민 의원도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야당 의원들과 더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대립하다 탈당한 앙금이 아직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자리로 찾아가 악수한 뒤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장병완 의원 등 국민의당 의원들과도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유 의원의 등을 토닥이며 살가운 모습을 보였다. 김을동 의원은 유 의원과 대화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 등 냉랭한 분위기였다.
총선 과정에서 야권연대 무산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20대 총선에 불출마한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도 오랜만에 얼굴을 비쳤다. 김 의원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계 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선이) 뭐가 얼마 안 남아요. 아직도 많이 남았지요. 그래요. 고마워요”라며 말을 아꼈다. 향후 역할에 대해서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어 본회의장에선 야권연대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안 대표와 악수했다. 김 의원은 당분간 서울 용산구 개인사무실에 머물며 향후 행보를 고민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까지 19대 의원들은 ‘꼴불견’의 모습도 보였다. 시작부터 30분 늦게 개의되더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의원들은 하나둘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정회한 뒤 오후 2시 속개할 예정이었지만 의원들이 늦게 돌아오면서 2시 40분에야 회의가 다시 열렸다. 오후에는 170여 명만 본회의장을 지켰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가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 한반도 안정 노력에 미흡한 점도 반성해야 한다”고 반성문을 썼다. 이어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점차 줄어가고, 국회를 그저 단순한 직장으로 여기는 정치인만 늘어가는 모습”이라며 “(20대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폭넓게 수용해 갈등을 녹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국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