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4·13총선 승리와 새누리당의 내전(內戰)을 계기로 여야를 막론하고 잠재적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아직 대선이 1년 반 넘게 남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총선 결과로 정치판이 크게 흔들리면서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형국이다. 5월이 ‘대권 시동의 달’이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경쟁을 벌이는 야권에선 최근 한 달 새 잠룡들이 잇달아 수면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고 귀국한 더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22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새 그릇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헌신, 그리고 진정한 노력을 담아 낼 새판이 짜여야 한다”고 했다. 나흘 전 광주에서 “(정치권) 새판을 짜는 데 앞장서겠다”고 한 데 이어 또다시 ‘새판 짜기’를 강조한 것이다. 이날 칩거 중인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기 전 지지자 40여 명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한 지지자는 ‘대통령 손학규’를 건배사로 했고, 또 다른 지지자는 ‘삼시세판’이라고 소리쳤다. 손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선거캠프 구호였던 ‘저녁이 있는 삶’을 건배사로 화답했다. 참석자들은 당시 선거 홍보곡으로 만들었던 ‘저녁이 있는 삶’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0일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고, 불펜투수로서 몸을 풀고 그래야겠다”고 했다.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문 전 대표를 계속 응원해야 할지,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3일 전남대 강연에서 “이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직전까지 정치 관련 언급을 극도로 꺼리던 이들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들의 때 이른 ‘대선’ 행보에 대해 더민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거론되는 대선 후보 가운데 누구도 대세론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고, 정계 개편 등으로 대선 구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분당설과 정의화 국회의장의 정치결사체 추진 등이 맞물리면서 ‘대망론’이 분출하고 있다. 차차기 주자로 거론됐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의 움직임에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남 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해 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특히 25일 시작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은 여권의 대선 레이스 조기 점화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화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선 ‘반기문 대망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거 대선 1년 전이면 대세론이 굳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 하반기 여론조사부터 의미 있는 지지율을 얻어야 하는 잠재적 대선 주자들로서는 지금이 치고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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