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시청문회法 위헌성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4일 03시 00분


국회법 개정안 23일 정부로 이송, 국무조정실장 “반대”… 재계도 우려
靑, 법리적 검토후 거부권 판단할듯
6월 7일 시한… 야권 반발이 부담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소관 현안’에 대해 언제든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상시 청문회법)이 23일 정부로 이송됐다. 여권에서 ‘행정부 마비법’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위헌 여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법률안이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6월 7일) 이내에 개정안을 공포하든지, 거부권을 행사하든지 결정해야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리적 검토, 여론의 흐름, 국회 상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여론 추이를 보아가며 법리적 검토와 정무적 판단을 통해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법안 통과 나흘 만인 23일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을) 검토한 결과 굉장히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소관 현안 조사로 국정 전반에 대해 청문회를 열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행정부 공무원들의 업무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관가뿐 아니라 재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기업인들을 수시로 청문회 참고인으로 부르는 등 자칫 ‘기업 손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공무원뿐 아니라 공공기관, 기업, 민간인도 (청문회에) 관여돼 있어 우려가 많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개 반대’에 나서면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에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는 제2의 선진화법으로 반드시 무효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최종 시한인 다음 달 7일 국무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25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에 나선다. 국회법의 문제를 충분히 알린 뒤 ‘순방 효과’를 지렛대로 거부권을 전격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순방 중인 이달 31일 국무회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더민주당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 그게 답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도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 거부권을 운운하거나 재개정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 / 세종=손영일 기자
#상시청문회법#위헌성#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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