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상시 청문회가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정책과 관련한 정부 업무에 대해 국회의 간섭이 늘어날 경우 기업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감을 표시하는 재계 관계자가 적지 않다.
국내 10대 기업의 한 대관 담당 임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정치인들의 관여도가 높아지면 공무원들이 업무 추진에 적극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예를 들어 규제개혁 같은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싶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은 타이밍과 일선 산업 현장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데 정치권 개입이 커지면 추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나 노동개혁 후속 조치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의 경우 청문회 대상이 될 가능성을 우려해 정책 추진 의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말 개원하는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 부처들이 정치권 입맛에 맞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쏟아낼지도 모른다는 볼멘소리까지 들린다.
또 상시 청문회가 현실화할 경우 정치권의 ‘기업인 손보기’가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참고인 명목으로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를 줄줄이 불러들이는 것은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라며 “상시 청문회가 가능해지면 이런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도 “국회가 행정부를 더 잘 감시하겠다고 하는데 재계가 이렇다 저렇다 논평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타깃은 행정부만이 아니라 대기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상시 청문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잘못하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조사를 하고 지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늘 도가 지나쳐서 해로운 지경에 이르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회는 정부를 감시하는 기관이지 국민을 감시하면 안 된다”며 “청문회를 상시적으로 하든 그러지 않든 청문회에 부를 사람들을 엄격히 제한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문회는 국정감사와 또 달라서 국회의원이 어떤 질문을 할지 예측할 수 없고 기업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며 “기업의 투자, 고용, 수주 등 전략적 판단 사항들이 갖가지 청문회에서 공개된다면 결국 타국 경쟁사들에 도움을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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