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민동용]탈당의 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민동용 정치부 차장
민동용 정치부 차장
“다음 총선이 4년이나 남았는데 누가 당을 나가려고 하겠어요. 못 나갑니다.”

최근 만난 더불어민주당 A 의원은 확신에 차서 이렇게 말했다. 정계개편의 기운이 조만간 정치권을 감싸지 않겠느냐는 이야기 끝에 그가 한 말이었다. 그는 당내에서 ‘친문(친문재인)’ 의원으로 분류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고, 더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새판 짜기에 앞장서겠다”고 하지만 정계개편이 그리 쉽게 이뤄지겠냐는 뜻으로 들렸다.

정계개편은 확실한 대선 주자가 있느냐, 그리고 그와 함께 움직일 세력이 얼마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세력의 중심은 무엇보다 현역 의원이다. 야권의 중진 B 의원은 “원외 100명보다 원내 1명이 더 크다”고 잘라 말했다. 크게 더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으로 짜인 현 정치구도에서 의원들이 합류하지 않는 정치세력은 정계개편의 동력이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계개편이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할지도 모르는 친문 의원이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은 아니다.

더민주당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C 의원은 “현역 의원이 움직이는 가장 기본 조건은 ‘다음 총선에서도 내가 당선될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4·13총선이 코앞에 닥치지 않았다면 국민의당으로 더민주당 의원들이 이주(移住)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비문 진영의 D 의원은 의원들의 이 같은 심리를 2006년∼2007년 초의 정치권 상황에 빗대 설명했다. 당시 범여권(지금의 야권)에서는 ‘고건 대망론’이 한창이었다. “그때 열린우리당 의원 15명이 고건 전 총리와 물밑 접촉을 했다. 이들은 고 전 총리에게 대선에서 떨어지더라도 총선(2008년)에서 자신들을 책임져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대선에서 지면 정치를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의원들은 탈당하지 않았다.”

물론 대선을 1년 7개월여 앞둔 지금, 정계개편의 변수는 대선 주자일 수 있다. 그러나 더민주당에서는 문 전 대표,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유력 후보로 굳어져 가는 듯한 상황에서 반 총장이 야권의 문을 두드릴 확률은 낮다. 그렇다고 반 총장이 야권의 바람(?)대로 ‘친박(친박근혜)의 후보’가 된다고 해서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이 새누리당을 뛰쳐나올 확률 역시 높지 않다. 총선이 4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낯선 후보, 낯선 당에 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대선 승리가 그들의 지고지순한 목표도 아닌 것 같다. 더민주당 E 의원은 “탈당했다는 딱지는 관 속까지 같이 간다”고 했다.

반 총장이 설령 대선에 나선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의 여도 야도 아닌 제3지대에서 깃발을 높이 들 수 있을까. 2012년 대선 때의 ‘안철수 현상’ 같은 신드롬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글쎄다. 아직은 누구도 모른다.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요동치기 시작할 때 정계개편은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 수 있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정계개편#탈당#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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