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를 놓고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금융공공기관 근로자들이 약 9000만 원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호봉제 비율은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노조 조직률은 95%를 넘어 근로소득 상위 5%(85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배경에는 경직된 임금체계와 강력한 노조의 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가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www.alio.go.kr)에 등록된 총 9개 금융공공기관(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의 2015년 공시를 분석한 결과 9개 기관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980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산업은행(9435만 원) 수출입은행(9241만8000원) IBK기업은행(9129만 원)은 9000만 원을 넘겼다. 이 기관들은 신입사원 초봉도 4000만 원을 넘어 국내 근로자 1인당 평균 연봉(3960만1000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공서열 연봉, 조직 고령화
문제는 이런 고액연봉이 성과가 아닌 연공서열에 따른 것이란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금융업(공공기관+민간 금융회사) 종사자의 호봉제 비율은 무려 91.8%로 전체 근로자 평균(60.8%)보다 31%포인트나 높다. 호봉제에서는 경영 상태나 성과와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른다.
특히 금융공공기관 근로자는 평균 근속연수가 14.9년으로, 국내 정규직 근로자(6.4년)의 두 배를 웃돌면서 조직도 고령화됐다. 2006년에는 금융업 근로자의 21.8%가 30대 이하였지만, 2014년에는 15.7%까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50대 직원 비율은 8.9%에서 15.6%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신규 직원 대비 1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 비율(연공성)이 평균 2.75배로 전체 산업 평균(2.52배)을 넘어섰다.
이는 정부의 ‘낙하산’으로 내려온 기관장들이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금융공공기관의 노조 조직률은 95.1%로 국내 전체 근로자 조직률(10.3%)의 9배에 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동 가입되는 ‘유니언숍’ 형태로 노조를 조직하기 때문에 조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합의 없는 성과연봉제 소송 가나
정부는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이 기관들이 임금체계 개편을 선도해야 기타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부문도 따라올 명분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20일 처음 가동된 여야정 협의체는 성과연봉제를 노사합의로 추진키로 했지만, 정부는 노조가 협의를 거부하면 의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 금융공공기관 9곳 중 노사합의로 도입한 곳은 예보 한 곳뿐이고 6곳은 의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했으며 나머지 2곳은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이는 올해 초 고용부가 발표한 취업규칙 변경 지침(노조가 협의를 거부하면 노조 동의 없이 변경 가능)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어 노조가 소송을 내면 정부 측이 패소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노조도 “노사합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불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일부 공공기관에선 직원에게 동의서 작성을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침은 법과 판례에 근거하기 때문에 지침만 준수한다면 소송에서 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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