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각하]어느 당도 법안 단독처리 못해
與 “巨野 독주 견제할 방패 될것”… 더민주 “여야 서로 타협하라는 뜻”
캐스팅보트 국민의당 “결정 존중”
헌법재판소가 26일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에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20대 국회는 기존의 운영 룰(규칙)인 선진화법 체제로 출범한다. 이날 헌재의 결정이 선진화법 자체의 위헌 여부를 가린 것은 아니지만 위헌 시비는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에 따라 ‘공’은 다시 운영과 개정의 당사자인 국회로 넘어왔다.
선진화법은 해머와 최루탄까지 등장한 ‘몸싸움 국회’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19대 국회는 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 대립과 교착으로 점철된 ‘식물 국회’였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선진화법이 협치(協治)의 장을 열지, 식물 국회보다 더한 ‘무생물 국회’가 될지 주목된다.
○ 협치 없으면 ‘무생물 국회’
선진화법은 여야 간 이견이 큰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명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다. 법안 날치기 통과와 이를 막기 위한 폭력 사태는 사라졌지만 소수가 국회를 지배하는 초유의 상황이 도래했다. 19대 국회에서 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도 ‘우는 소리’만 하며 선진화법을 ‘야당 결재법’이라고 불렀다.
30일 개원하는 20대 국회도 어느 한 정당이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이긴 어렵게 됐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는 데다 1, 2당 어느 쪽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을 끌어들인다 해도 180석에 못 미친다. 새누리당(122석)이 국민의당(38석), 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7석)과 연대해도 167표에 그친다. 더불어민주당(123석)도 국민의당, 정의당(6석),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4석)과 공조해도 최대 171표다.
결국 각 당이 내세우는 중점 법안을 처리하려면 여야 협력이 필수적이다. 선진화법 주역인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헌재 결정 직후 “무리하게 헌법소원을 진행하다 여의치 않자 편법적인 방법을 찾아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면서 망신을 자초했다”며 “여야 모두 선진화법을 정쟁 대상으로 삼지 말고 생산적인 국회를 위한 개선책을 찾자”고 말했다.
○ 공수 바뀐 선진화법 개정 전략
여소야대로 국회 운영의 ‘공수(攻守)’가 바뀌면서 선진화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의 전략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법이 야당의 반대에 부닥치자 올해 1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적 의원 과반수(150명 이상)가 요구할 경우 본회의에 올려 의결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4·13총선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선진화법이 야권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방패’라고 보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소수당이 됐다고 해서 입장을 바꿀 순 없다”며 개정할 뜻을 밝혔지만 적극 나서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반면 선진화법 수호를 외쳐온 야권은 “현재대로 유지되든, 개정되든 크게 나쁠 게 없다”는 태도로 돌아섰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선진화법이) 개정된다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기 더 쉬워지는데, 국회의장이 우리 당 몫이 되는 상황에서 나쁠 게 있겠느냐”며 “그렇다고 우리가 개정을 서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우리 당은 여소야대 상황이라 해서 선진화법에 대한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운영 룰이 과반수로 바뀌면 캐스팅보트의 파워가 더 강해지는 만큼 내심 개정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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