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19대 국회’를 만든 주범으로 꼽히는 국회선진화법 논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국회법 조항이 국회의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사실상 국회 운영 룰은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위헌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선 여야 공방은 권한쟁의 심판 청구 1년 5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다. 여야는 ‘가중 다수결(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하에서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헌재는 26일 국회선진화법 일부 조항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 결정이 난 쟁점 조항은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을 규정한 국회법 85조 1항이다. 국회의장은 이 조항에 따라 △여야 합의 △천재지변 △국가 비상사태 때만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여야 합의가 결렬되면 본회의의 심의 기회 자체가 박탈된다”며 위헌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제한할 뿐 국회의원의 법안 심의·표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아니다”며 “직권상정 요건이 엄격히 규정돼 국회의원의 심의·표결 빈도가 줄었더라도 이는 부수적인 불이익에 불과해 심의·표결권의 침해 위험성이 현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선진화법의 또 다른 핵심 위헌 요소로 꼽힌 신속안건 처리 시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 조항(국회법 85조의2 1항)은 판단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권한 침해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로 각하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도 가중 다수결로 ‘법안 처리 지체 현상’이 심화될 수 있는 것이다.
여야는 헌재 결정에 모두 존중의 뜻을 밝혔다. 다만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선진화법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개정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선 선진화법의 위헌성을 주장한 새누리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역설적으로 선진화법으로 인해 법안 처리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 만큼 개정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여야가 타협과 합의의 정치를 하라는 입법 취지를 받아들인 결정”이라며 ‘타협’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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