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전자·통신제품 제조업체인 화웨이(華爲)의 대북 거래 의혹 조사에 착수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방위 대중(對中) 압박 드라이브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신호탄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휴대전화 업체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1억 대 클럽’(연간 판매량 1억 대 이상)에 진입하며 세계 휴대전화 업체 중 3위(점유율 8.4%)를 차지했다. ‘중국의 삼성전자’격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대표 기업이다.
미 재무부가 1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알려진 이번 조치는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면담(1일)으로 가시화된 북-중 밀월 조짐에 대한 백악관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배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무부는 이미 올 3월 화웨이의 중국 내 경쟁사인 중싱(中興·ZTE)이 이란 등 제재 대상국에 미국 기술이 담긴 제품을 수출해 규정을 어겼다며 비슷한 제재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조치로 중싱은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워싱턴 정가에선 화웨이의 회사 규모가 중싱보다 훨씬 큰 만큼 상무부가 벌이는 이번 조사의 파장은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말 현재 화웨이 매출은 600억 달러(약 71조 원)로 중싱의 4배에 이른다. 화웨이는 스웨덴 에릭손과 함께 안테나 등 최대 통신장비 공급 회사로 꼽힌다. 화웨이는 이란과 시리아 등 제재 대상 국가에서도 사업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은 북한에도 팔리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보도했다.
화웨이가 미 정부의 수사망에 걸린 것은 미중 간 사이버안보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화웨이의 스마트폰 안테나 등 통신장비를 활용해 미국에서 첩보 활동을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2012년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중국 측 스파이 활동에 화웨이가 협조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정부에 화웨이 통신장비 구매 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 견제 조치는 미중 수뇌부가 참여해 3일 개막하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와 6, 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양국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나온 것으로 미중 양국은 당분간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3일 ‘향(香)을 피우기도 전에 (미국이) 취한 것 같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이 3일 시작한 샹그릴라 회의에서 중국 압박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중국의 굴기에 주변국이 우려를 갖게 된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중국과의 밀접한 협력과 공동 발전은 이런 안전 문제보다 훨씬 큰 문제”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반도에도 이상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일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중국과 필리핀 간에 진행 중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앞두고 한국에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국 측이 ‘판결이 나오기 전에 태도를 밝히는 것은 어렵다’며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中, 단둥 韓中박람회 돌연 취소
중국 측은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 9일 개막할 예정이던 첫 ‘한중 국제박람회’를 돌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단둥 시가 참여단체들에 ‘안전문제가 있다’며 취소 결정을 알리면서 ‘중앙정부의 결정’이라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북한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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