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또다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두고 반대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면서 한국과 중국이 다시 한 번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쑨젠 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4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 자리에서 “사드는 우리(중국)의 전략적인 이익을 침해한다”며 사드 배치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드 체계 중 하나인 AN/TPY-2 레이더의 탐지 거리가 중국 대륙 내 미사일 기지까지 미친다는 중국 측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중국이 사드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 사드는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라고 반박하며 “필요하다면 (사드의 작전 능력 등을)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설명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중 국방장관-부총참모장 회담은 30분 가까이 진행됐는데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상당 시간이 할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한중 회담 중 사드에 대한 논의에 할애한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앞서 한 장관은 이날 샹그릴라 대화 본회의에서 연설을 한 뒤 한 참석자가 한미간 사드 배치 논의 상황에 대해 묻자 “(사드 배치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한미가 사드 배치에 대해 같은 의견을 갖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샹그릴라 회의 개막(3일)을 앞두고 일었던 한미간 사드 배치 논의 ‘엇박자’ 논란을 일축한 발언이기도 했다. 앞서 샹그릴라 대화 중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리 군 당국은 “의제에 사드는 없다”고 반박하면서 ‘엇박자’ 논란이 일었었다.
한 장관은 사드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하며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한 장관은 이날 “현재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보유 중인 방어체계는 하층 단계 방어에 그친다”면서 “광범위한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사드가 배치된다면 군사적으로 훨씬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 장관은 이어 “(사드 배치는) 철저히 대한민국 국익 및 안보 관점에서 보고 있는 문제”라며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배치 논의를 철회하거나 배치 결정을 연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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