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박 12일간의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어제 귀국했다.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은 “관행이며 도리”라며 공항으로 영접을 나갔으나 의례적인 인사밖에 나누지 못했다. 일각에선 한시적으로 당 혁신을 위해 투입된 외부 인사가 평상시 당 대표가 하는 일정과 의전을 수행하는 건 ‘오버’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국정을 함께 꾸려가야 할 공동운명체다. 김무성 전 대표 때는 “박 대통령과 제대로 만나 얘기 한번 못 했다”고 실토가 나올 만큼 당청관계가 껄끄러웠다. 여대야소(與大野小)에선 당청관계가 삐걱대도 국정이 굴러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선 대통령과 여당부터 협치(協治)하지 않으면 순조로운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다 국회의장단 선출 등 국회 원(院) 구성 협상 난항으로 정국이 꽉 막힌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상이 어그러진 것은 여당이 청와대의 ‘오더’를 받고 갑자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대 국회가 법정 시한인 7일 개원하지 못한다면 청와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누리당의 혁신비대위는 3일 첫 회의에서 정례 월요회의를 6일 여는 문제를 놓고 공휴일 운운하며 갑론을박하다 결국 하루 미루기로 했다. 여당 혁신의 책무를 맡은 사람들부터 결기도, 긴박감도 없는 ‘봉숭아 학당’ 같은 모습이다. 혁신비대위가 10일 첫 정책워크숍에서 계파 청산을 위한 대국민 선언문을 낭독할 예정이라고 하나 대통령을 주군으로 모시는 친박이 바뀌지 않으면 ‘쇼’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임윤선 비대위원은 새누리당을 ‘아주 매력 없는 이성’에 비유하며 “능력도 없고, 미래 비전도 안 보이고, 성격도 나쁜, 어디에도 쓸모없는 남자”라고 질타했다. 콕 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친박에 대한 비판이라는 데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내가 친박을 만든 적도, 간여한 적도 없다”면서 계파 문제를 외면하면 새누리당 혁신은 불가능하다. 대통령 주치의가 ‘휴식’을 권했다고 하나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계파 청산을 비롯한 당 혁신에 소신껏 매진해 달라고 당부하기 바란다. 그래야 위원장에게 힘이 실린다. 국회 원 구성과 탈당 인사 복당 등 당내 문제에도 일체 불간섭을 약속하고 청와대도, 새누리당도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