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김정은이 이수용을 중국에 파견한 의도는 자명하다. 표면적인 이유는 5월 초 열린 노동당 7차 대회 결과를 설명한다는 것이었지만 내심으로는 경색된 대(對)중국 관계 회복의 단초를 찾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은 북-중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을 돌파하는 한편 당 대회에서 자신이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필요한 물자 지원을 중국으로부터 얻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북한이 중국에 줄 수 있는 선물은 명확하다. 그것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변화와 더불어 협상의 장(場)으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중국의 입을 통해서 외부세계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아직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살아 있음을 중국이 과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 언급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수용 일행의 방중 당일에도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시진핑 주석이 밝게 웃으면서 북한 대표단을 만나준 것은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진핑 지도부는 북한의 접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일단 한반도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북한카드를 활용해 미국을 견제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대북제재를 계기로 갈수록 공고해지는 한미일 공조에 대응하기 위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용의 방중으로 경색된 북-중 관계의 전환점이 마련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노동당 국제부장을 겸하고 있는 이수용이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회담했다는 것은 북-중 간 당대당(黨對黨) 관계가 복원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만일 북-중 동맹조약 체결 55주년(7월 11일)과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면서 북-중 혈맹관계를 상징하는 정전기념일(7월 27일)을 맞아 중국 측에서 고위급 인사를 파견한다면 북-중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고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초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북-중 간 접근이 어렵게 마련된 대북 국제공조를 흐트러뜨리고 다시금 중국에 의지해 북한의 생존을 연장해주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아무런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북한대표단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중국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재무부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자 중국은 곧바로 미국의 독자 금융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마치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북한이라는 전략적 카드를 가지고 격돌하는 모양새다.
마침 오늘부터 베이징에서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열린다. 미중 간 핵심 이슈인 남중국해 및 사이버안보 문제와 더불어 북핵 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로서는 어렵게 마련된 국제공조하의 대북제재 국면이 균열에 빠져드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 이상 북-중 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하기는 어렵다고 보지만 이러한 인식은 매우 순진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불과할 따름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그동안 시 주석이 “대북제재를 전면적으로 집행하겠다”고 다짐해 왔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미중 양국이 대북제재에 대해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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