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정해야 상임위 나누는데… 여야 고집에 한발도 못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3시 00분


[국회 원구성 협상]

20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의 뇌관은 국회의장직이었다. 새누리당 김도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원 구성의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둔 6일 각자 ‘진패(1차 협상 카드)’를 들고 세 차례 릴레이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국회의장직과 알짜 상임위를 놓고 ‘샅바싸움’을 벌인 끝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 1·2당, 국회의장 놓고 줄다리기

6일만에 협상 재개… 또 평행선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국민의당 김관영,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가 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앞서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6일만에 협상 재개… 또 평행선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국민의당 김관영,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가 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앞서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여야 3당은 상임위원장 몫 ‘8·8·2원칙’에 따라 ‘지켜야 하는’ 상임위와 ‘가져와야 하는’ 상임위를 놓고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10개)에 비해 위원장직을 두 자리 내줘야 한다. 더민주당으로선 숫자(8개)에는 변동이 없지만 원내 1당으로서 핵심 상임위를 주장할 근거가 생겼다.

이날 협상이 결렬된 것은 어떤 상임위를 지키고 가져올 것인가의 전제 조건이 되는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이) 의장을 서로 요구하고 있어서 협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장 문제 때문에 상임위 배분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을 놓고 그동안은 국정 운영과 직결된 상임위를 사수하기 위한 ‘협상 카드’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원 구성 법적 시한을 코앞에 둔 담판에서까지 새누리당이 의장 자리를 고수하자 야당에서는 “협상용이 아니라 실제 의장직을 여당이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날 협상에서 당초 윤리특위와 외교통일위를 내놓겠다고 했던 새누리당은 윤리특위와 야당이 요구했던 상임위 중 운영위 등을 제외한 1개를 양보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더민주당은 19대 때 여당 몫이던 운영위, 정무위, 예결특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를 요구해 왔다. 운영위는 청와대를, 정무위는 국무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 야당으로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부각할 수 있는 최적의 상임위라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운영위를 내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 미방위도 언론 관련 이슈를 다룰 수 있어 역시 민감한 상임위다.

더민주당은 국회 운영을 총괄하는 운영위원장 자리를 원내 1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속셈은 다른 데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소야대였던 16대 국회를 포함해 역대 국회에서 운영위원장은 모두 여당이 차지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더민주당이 운영위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정무위 등을 가져오려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 ‘밥그릇 싸움’ 거리 두는 국민의당

상임위원장직 두 자리를 얻는 국민의당은 겉으로는 양당의 ‘밥그릇 싸움’과 거리를 두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 구성 지연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혼선과 더민주당의 과욕 때문”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왜 집권여당이 당연히 의장을 차지해야지 제1당에 양보를 했느냐’는 질책이 쏟아졌다”며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저에게 ‘더민주당에서는 다섯 분의 의장 후보가 출마해 강하게 캠페인을 하고 있어서 도저히 의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협상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기획재정위, 보건복지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산업통상자원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가운데 2개를 목표로 하는 실리 극대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의 주요 의제로 삼고 있는 ‘과학기술혁명, 교육혁명, 창업혁명’과 관련이 있는 상임위들이다.
○ 20대 국회도 또다시 ‘개점휴업’

원 구성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첫 단계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장 및 부의장은 임기 개시(5월 30일) 이후 7일째 열리는 본회의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 이번에는 일요일(5일), 공휴일인 현충일(6일)이 있어 7일까지 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 또 이날로부터 3일 이내에(10일까지) 상임위 구성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원 구성 시한이 명문화된 뒤 22년 동안 국회는 단 한 차례도 이를 지키지 못했다. 19대 국회는 7월 2일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됐고 18대 국회는 7월 11일에야 ‘개점휴업’ 상태를 벗었다.

홍수영 gaea@donga.com·황형준·차길호 기자
#밥그릇싸움#상임위구성#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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