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 중인 이해찬 의원(무소속)은 5일(현지 시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애넌데일에서 교포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캐릭터상 안 맞는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친노(친노무현) 핵심 인사인 이 의원은 “정치를 오래했지만 외교관은 정치에 탤런트가 맞지 않다. 외교도 중요하지만 갈등이 심한 정치에 외교관 캐릭터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돌다리가 없어도 물에 빠지면서도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간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그동안 외교관을 많이 봤지만 정치적으로 대선 후보까지 간 사람은 없었다. 외교 차원의 정치는 (어느 정도) 하지만 경제 사회 정책 문화 교육 등 외교관계 이외에 나머지 영역에서는 인식이 그렇게 깊지 않다”며 시종 ‘외교관 폄하’ 논란이 일 정도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반 총장도) 국내 정치를 하는 데 과연 적합한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8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여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반 총장과 티타임을 갖는다.
이 의원의 발언을 두고 6일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유력 대선 후보를 둔 친노 진영이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반 총장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노무현 정부가 반 총장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었는데 취임 이후 노무현 정부와 거리를 둔 반 총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의원은 2006년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했을 때 국무총리였다.
특히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년이 지난 2011년 12월에야 비로소 반 총장이 노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비공개로 찾은 데 대한 서운함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반 총장이 지난달 방한해 5박 6일간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주로 여권 인사들을 만난 것도 달갑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반면 반 총장 측은 ‘노무현 정부가 만든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주장에 “유엔 사무총장은 특정 정권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가 이뤄낸 성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외교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가 처음부터 반 총장을 밀지는 않았다는 건 다 아는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야권에서는 만약 반 총장이 대선 경쟁에 뛰어든다면 친노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한 친문 인사는 사석에서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이 되기 전 행적과 이후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까지의 상황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에게 불리한 사실이 있고 이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였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함구했다. 이 의원도 이날 ‘8일 반 총장과 만나 그런 정치적 조언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치 얘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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