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 중 숨진 김모 씨 사망과 관련해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대표 등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종합대책을 내겠다”며 처음 공개 사과했다. 용역회사에 서울메트로 퇴직자 채용을 의무화한 특혜조항을 삭제해 ‘메피아(메트로+마피아)’ 채용 관행도 차단하고, 안전 정비를 직영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 분 단위로 공개된 마당에 이제 와 무슨 진상규명을 하고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박 시장 재임 중 똑같은 비극이 세 번이나 일어난 근본 원인은 직영이냐 외주냐가 아니라 메피아에 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고인이 소속됐던 은성PSD는 메피아를 정규직으로 의무 고용해 월평균 420만 원을 챙겨주느라 월 144만 원 받는 김 씨 같은 기능인을 사지(死地)로 몰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실태를 박 시장이 “사고 이후 알게 됐다”니 서울시장에게 서울메트로 감독책임이 있다는 것도 몰랐단 말인가.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특권과 관행이 불평등과 불공정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유체이탈 화법이 따로 없다.
더구나 2015년 8월 서울 강남역 사고 때 서울메트로 사장은 전국증권산업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박 시장이 2014년 선임할 때부터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은 사람이다. 당시 성중기 시의원이 “(박 시장이) 데려온 지 6개월밖에 안 된 외부 사람을 ‘내부 인사’로 포장해 사장으로 전격 승진시켰다”며 “만약 안전사고가 나면 시장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따진 것은 잇따른 사고를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섬뜩하다.
박 시장은 서울메트로의 감사와 이사도 노조, 정치인, 시민단체 출신들로 채웠다. 박 시장이 ‘메피아 수장(首長)’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판에 “중앙정부 정책에 따른 경영합리화 때문”이라며 남 탓, 사회구조 탓을 하는 것은 전형적 책임 회피다. 대선 이벤트에 골몰했던 박 시장은 이제라도 번드레한 말을 그치고 시정(市政)에 몰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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