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야권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감면 축소 효과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8일 03시 00분


법인세 稅收비중 OECD 세 번째… 감면혜택 줄이면 中企R&D 타격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 및 감면 축소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실정상 법인세에 손을 댈 여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 비과세·감면의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R&D) 및 고용을 독려하기 위한 것인 데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총생산(GDP) 및 전체 세수(稅收)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상위권에 있기 때문이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적용되는 모든 비과세·감면 제도 가운데 가장 많이 세금을 깎아주는 항목은 R&D 비용세액 법인세 공제다. 감면 규모만 올해 기준 2조8499억 원으로 전체 국세 감면액(35조3325억 원)의 8.1%, 법인세 감면액(6조6000억 원)의 43.1%를 차지한다. R&D 공제란 기업이 연구개발에 쓰는 비용 중 일부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제도다.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1조6995억 원), 기부금 과세특례(7237억 원),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4415억 원) 등도 주요 법인세 공제 항목이다. 외국인 투자기업 법인세 감면(1578억 원)까지 합쳐 ‘법인세 감면 상위 5개 항목’이 전체 법인세 비과세·감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달한다. 올해 감면액 6조6000억 원을 제외한 법인세 예상 징수액은 46조 원이다.

문제는 이들 제도 모두 명분이 확실해 무엇 하나 손을 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를 감안하면 법인세 감면 축소는 △R&D 진흥 △중소기업 육성 △기부 촉진 △고용 창출 등에 나서는 기업들의 부담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대기업 과다 공제’에 대한 비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R&D 세액공제의 경우 중소기업은 R&D 비용의 최대 25%까지 법인세 공제를 해 주지만, 중견기업은 8%, 대기업은 2∼3%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제 격차가 최대 12.5배에 이른다.

더민주에서 주장하는 세율 인상도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 24.2%)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9위로 중간 수준이지만, 유럽 선진국 대다수는 부가가치세 및 소비세 역시 한국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14.0%)이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 각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한 GDP 대비 법인세 비중도 3.4%로 영국(2.5%) 미국(2.3%) 독일(1.8%)보다 높다.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은 올 4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8%로 낮추고 R&D 공제율을 14%에서 18%로 높이는 ‘법인세 개편 방향’을 내놨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최근 4, 5년 사이에 법인세 감면을 꾸준히 줄이고 소득세 등의 감면은 높여 왔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전체 법인세 감면액은 2011년 9조2000억 원에서 올해 6조6000억 원으로 5년 새 28.2% 줄었다. 하지만 소득세 감면액은 같은 기간 13조8000억 원에서 19조4000억 원으로 37.7% 늘었다.

일각에서는 특정 세금에만 손을 댈 경우 조세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모든 세목을 아우르는 세제 설계 전반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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