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3년 여 만에 대외활동을 재개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자살을 선택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동병상련의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8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 ‘윤창중의 칼럼 세상’에 ‘고 노무현 대통령과 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자신이 오랜 기간 동안 칩거를 선택하게 된 이유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사건 직후 “‘죽음으로서 나의 결백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중대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 오지 않을까’하는 문제를 두고 마음을 정리하려 했다”며 “내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옳을까 마음을 정리하기가 무척 힘들고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은데 대해 “첫 번째 이유는 도저히 억울해서 죽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무치게 억울해서 ‘내가 왜 죽어?’ 라고 생각했다”며 “만약 억울한 보도가 넘쳐나지 않았다면 나는 생을 마감하는 결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가족을 꼽았다. 그는 “아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날 결심을 감히 할 수 없었다”며 “나를 시궁창으로 몰아넣는다 해도 아내가 나를 떠날 것이라고는 단 1%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두 아들은 직업으로 기자를 선택하려 했을 만큼 아버지를 신뢰하고 있었다”며 “독한 마음을 먹고 시련을 뚫고 나가기로 거듭 다짐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을 두고 그토록 비판했던 내가 노무현을 떠올리다니!”라며 “3년간의 은둔 생활 동안 노 전 대통령의 책 ‘성공과 좌절’을 여러 번 정독했다. 노무현을 향해 돌을 던졌던 나 윤창중은 노무현에게 깊이 사과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암담하고 참혹했던 칩거와 은둔 생활 중 노무현을 ‘나의 동지’로 따뜻하게 받아들이며 살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집 앞뒤를 신문지로 꽁꽁 바르고 망원렌즈의 감시를 피하려했던 나의 처참하고 암울했던 심정을 고 노무현은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는 “권력에 절대 굴하지 않는, 실력자에게는 누가되든 강하게 저항하는 체질, 비교하자면 야생마라고 할 수 있다”면서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한 없이 정 많게 잘 대해주는 인간형 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이라는 비극적 선택을 했지만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며 “국민에게 안겨 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신이 나에게 부여하신 생명이 소진될 때 까지 살아가려 한다”고 거듭 밝혔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주미 한국 대사관 인턴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면직된 뒤 칩거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7일 자신의 블로그에 ‘내 영혼의 상처-윤창중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칼럼을 올리며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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