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의 오른팔’ 새 정무수석, 완장 찰 생각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9일 00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을 새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임명했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직후부터 공천개입설 등을 둘러싸고 현기환 정무수석 문책론이 일었던 데 비하면 뒤늦은 인사다. 청와대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인정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교체를 늦췄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청와대는 김 정무수석의 인선 배경으로 ‘대통령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를 들었다. 하지만 정무수석에게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은 청와대와 정치권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소통 능력이어야 한다. 현 전 수석은 이 점에서 많이 미흡했다.

김 신임 정무수석은 TK(대구경북) 출신의 핵심 친박에다 정무특보까지 지냈다. 그의 인선이 친정체제 강화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이 원만하게 국정을 이끌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오른팔’을 내걸고 나섰던 당내 경선에서조차 참패해 총선 ‘진박 마케팅’의 역풍을 체험한 사람이다. 또다시 진박 완장을 차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해서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을 어지럽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어제 8선인 서청원 의원의 국회의장 불출마 선언 직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야당에 ‘국회의장직 양보’를 밝혀 20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현 전 수석과 함께 ‘청와대 개입설’을 동반 퇴진시켰다는 추측도 나온다. 청와대가 정무수석 교체를 계기로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야당과의 협상이든, 내부 혁신이든 새누리당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당청(黨靑)관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박근혜#정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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