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귀재’ 박지원이 최종 승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9일 03시 00분


[국회 원구성 타결]
‘의장 캐스팅보트’로 협상력 키워… 양당 중재하며 알짜 2자리 챙겨
우상호 ‘신속한 정상화’로 선방…, 정진석 ‘몽니’ 눈총… 지킬건 지켜

8일 타결된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 결과는 사실상 제3당인 국민의당이 최종 승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3당 체제 속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 2당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알짜 상임위원장 2자리를 챙겼다.

박 원내대표는 그간 국회의장직을 놓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왔다. 야권인 더민주당 편을 들다가도 “박근혜 대통령이 협조를 요청하면 국회의장직을 여당에 줄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양당 사이에서 ‘밀당’(밀고 당기기)을 했다. 또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의 협상 내용을 공개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당초 목표였던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가져온 더민주당 우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국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게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의원들이 볼 때 ‘양보를 너무 한 게 아니냐’며 서운해할 것 같다”면서도 “더민주당이 과감하게 양보해 원 구성을 정상화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19대 국회(10개) 때보다 상임위원장 두 자리를 내준 새누리당도 결과적으로 “지킬 것은 지켰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당 성적표와 별개로 국회의장직을 놓고 갈지자(之) 행보를 보인 정 원내대표는 리더십에 또 한 번 상처를 입게 됐다. 원 구성 지연의 책임이 결국 새누리당의 ‘몽니’ 때문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여야 협상이 꼬인 것은 당초 “총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맞다”던 정 원내대표가 돌연 “여당 국회의장이 오랜 관례”라고 태도를 바꾼 탓도 있다. 그러다가 여당 유력 의장 후보였던 서청원 의원의 ‘포기’ 선언 직후 원칙도 없이 후퇴하는 모양새가 됐다. 당내에서는 “집권여당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의장직에 목을 맸음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민동용·홍수영 기자
#국민의당#박지원#캐스팅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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