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반기문과 면담 전격 취소… 李측 “차나 마시려던 면담 변질”
潘측 “비공개 요구하더니 취소통보”…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도 엇갈려
8일(현지 시간) 낮 12시 반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뤄질 예정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친노(친노무현) 좌장 격인 무소속 이해찬 의원(노무현재단 이사장) 간 면담이 7일 오후 전격 취소됐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이 의원 측에서 오늘 오전 ‘면담을 완전 비공개로 하자’고 요구하고 그 문제를 사무총장실과 협의하던 중 ‘아예 면담을 하지 않겠다’고 연락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둘 간의 면담은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단에 초반부 모두 발언만 공개하기로 돼 있었다. 이 취재를 위해 특파원단은 6일 저녁 풀 기자단 구성을 마치고 경호상 필요한 신상 정보까지 유엔 측에 전달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이 면담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당초 비공개 면담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면담은 유엔대표부에서 ‘반 총장과의 면담을 제안해 옴에 따라 추진됐던 것인데 면담 일정이 언론에 공개되고 사실과 다른 보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비공개로 차 한잔하기로 했던 만남의 성격이 변화돼 최종적으로 면담을 취소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반 총장 측이 요청한 것이 아니라 이 의원 측이 먼저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고, 이 내용을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을 이 의원 측이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 측 핵심 인사는 “누가 면담을 취소한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반 총장 측)는 아니다”라고만 짧게 말하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이 의원 측에선 “반 총장의 ‘대선용 언론 플레이’에 우리가 이용당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반 총장 주변에선 “‘정치 고수’ 이 의원에게 ‘정치 신인’ 반 총장이 심하게 당한 셈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반 총장 측과 가까운 한 유엔 소식통은 “반 총장은 유엔본부를 방문한 한국 주요 인사들을 예우 차원에서 일정을 쪼개가며 면담했는데 이번 이 의원과의 만남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취재 풀기자단 구성도 그동안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실제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한국 측 주요 인사가 반 총장과 만날 때는 일정 숫자의 풀 기자단을 구성해 모두 발언 취재와 사진 촬영 등을 허용해 왔다. 유엔 일각에선 “반 총장이 지난 방한 기간에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과 행보를 잇달아 하는 바람에 빚어진 일 아니냐. 자업자득(自業自得)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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