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을 20여 일 앞둔 3월 말,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종로에 출마한 정세균 의원이 위기다’라는 얘기가 많았다.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꼽히는 오세훈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었고, 강기정 오영식 전 의원 등 ‘정세균계’로 꼽히는 의원들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여론조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오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며 6선 고지에 올랐다. 9일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도 친노(친노무현) 진영 문희상 의원과 접전을 벌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절반 이상인 71표를 획득하며 결국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 3차례 당 대표 거쳐 입법부 수장까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쌍용그룹 임원을 지낸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1996년 15대 총선을 시작으로 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내리 4선을 한 정 의장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겼다. 종로에서 그는 홍사덕 전 의원(19대), 오 후보(20대) 등 여권의 거물을 연이어 꺾었다.
기업에서 익힌 실물경제 경험과 노무현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당 ‘유능한 경제정당 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야권의 대표적인 ‘경제통’이자 ‘정책통’으로 꼽힌다. 또 열린우리당, 민주통합당 등에서 세 차례 당 대표를 맡으며 관리형 리더십을 선보였다.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으로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주요 국면에서 높은 집중력과 판단력을 보여 왔다는 게 당내 평가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 의장은 이날 당내 의장 경선에서 친노·친문(친문재인) 진영과 초선 의원들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 여소야대 속 리더십 주목
관심은 여소야대로 시작된 20대 국회에서 정 의장이 얼마만큼의 갈등 조정 능력을 선보이느냐다. 정 의장은 당선 인사에서 “의장으로서 유능한 갈등 관리와 사회통합의 촉매 역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회가 책임정치의 주체로서 당면한 경제위기, 앞으로의 구조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 경제 활성화 등 20대 국회에 주어진 시급한 과제들을 우선적으로 풀어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임기 중에 대통령 선거가 열리고,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등으로 청와대·여당과 야권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특히 청와대와 야권이 정면으로 맞붙을 경우 ‘야당 출신’ 특성이 발휘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의장도 “많은 의원께서 저에 대해 온건하다고 평가해 주시지만, 20대 국회는 온건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때로는 강경함이 필요할 것”이라며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국회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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