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비용 리베이트 수수와 회계부정 혐의로 김수민 의원 등 국민의당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9일 국민의당이 발칵 뒤집혔다. 김경록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당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중앙선관위가 밝힌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총선 과정에서 선거 공보물 제작업체에 2억 원의 리베이트를 요구했고, 이 업체가 당 선거홍보를 총괄한 김수민 의원이 운영하는 디자인 벤처기업(브랜드호텔)에 1억1000만 원을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또 TV광고 대행업체는 김 의원이 리베이트를 요구해 브랜드호텔에 6820만 원을 제공하고 당 선거홍보 관련 TF 팀원에게는 체크카드를 건네 6000만 원을 쓰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은 이 과정에서 이들과 사전에 논의하고 지시를 한 혐의가 있다는 게 선관위 조사 결과다.
국민의당은 “당 내부에서 불만을 품던 일부 당직자가 보낸 투서를 선관위가 그대로 인용한 것 아니냐”며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사실무근이고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했다. 김 의원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왕 부총장은 “리베이트를 요구한 적이 없다”며 “다른 업체에서 2억5000만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거절한 사실만 있다”고 했다.
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주 의원은 “체크카드는 당과 관계없다”며 “TV광고 대행업체를 브랜드호텔에 소개해준 외부 사람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의계약과 관련해선 “당시 경쟁업체가 없었다”며 “김 의원이 비례대표 선정 이후 모양새가 안 좋다고 해서 TV광고 대행업체와 주 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제3당으로 주목받던 국민의당은 창당 후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박준영 의원의 공천헌금 수사에 이어 비례대표 의원 2명이 검찰에 고발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정치적 탄압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은 당분간 선관위 조사 자료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당 안팎에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의혹이 난무했다. 국민의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김수민 의원이 느닷없이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된 과정은 물론이고 김 의원 업체에 홍보비를 몰아준 과정도 몇몇 핵심 당직자 외엔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총선 직후 정치권에서 갖가지 ‘소문’이 떠돌자 국민의당은 지난달 자체 조사를 하기도 했다.
선관위 고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새정치’를 표방해 온 국민의당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선관위 발표에도 불구하고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과 당 관계자 등의 보고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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