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전직 고위 임원 A 씨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66)의 측근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특혜 대출을 해 준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3자 간 유착 의혹을 집중 수사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조 원대 분식회계와 사기 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산업은행 출신의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경영진과 부적절하게 유착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 사장 측근 업체, 산업은행에서 저리 대출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의 대학 동창인 H항공운송업체 대표 정모 씨가 산업은행에서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대출의 적법성을 확인 중이다. H사가 저리 대출을 받을 당시 A 씨는 산업은행에서 부행장급으로 근무했다.
H사는 2012년 은행들에서 단기로 82억4000여만 원, 장기로 62억5000만 원을 빌렸다. 이 차입금 중에서 H사는 산업은행에서 단기로 15억 원(금리 4.03%), 장기로 35억 원(금리 4.09%)을 빌렸는데 금리가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1.1∼1.8%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H사가 2011년 산업은행에서 빌린 대출은 시중은행보다 0.6%가량 금리가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검찰은 산업은행 기업금융본부장(부행장) 등 요직을 지낸 A 씨가 남 전 대표 및 정 대표 등과 유착해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실제로 A 씨가 산업은행에서 퇴직한 이후 산업은행은 시중은행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150여 명을 투입한 8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H사의 자료를 분석하는 대로 A 씨 등 산업은행 관련자를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H사는 대우조선해양의 일감몰아주기 창구였다는 의혹도 있다. H사가 최대 주주로 있는 해상화물운송업체 I사는 2007년 5월 대우조선해양과 자항선(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대형 바지선)을 이용한 선박 블록 장기 해상 운송 계약을 10년간 체결했다. 자항선의 건조 자금은 산업은행에서 10년 상환 조건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정 씨에게 입찰 참여를 직접 타진했다는 의혹도 흘러나온다. 계약을 체결한 후 I사는 대우조선해양에 운임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10월 운임은 8억1000만 원이었지만 이듬해 5월 운임은 8억4800만 원으로 뛰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I사의 운임 이익률은 21%에 이르기도 했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책으로 지목됐던 건축가 이창하 씨(60)와 관련한 범죄 혐의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혐의를 받다 캐나다로 도주한 이 씨의 친형 이모 씨가 올해 초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다가 돌연 잠적한 과정에 이 씨가 가담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친형 이 씨는 2009년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할 당시 동생 이 씨와 하도급 업체를 연결해 준 ‘브로커’로 지목됐으나 캐나다로 도주했다.
○ CFO 직무 적법성도 수사
특별수사단의 8일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모 씨 등 대우조선해양 CFO를 지낸 2명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전 대우조선해양 김모 CFO 등은 산업은행 간부 출신이다. 검찰은 이들이 수조 원대의 분식회계와 사업 부실이 방치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철저히 따질 계획이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 압수수색에서 산업은행이 2012년 발간한 경영 컨설팅 보고서와 감사원의 산업은행 감사보고서를 확보했다. 컨설팅 보고서는 대규모 손실을 막을 사내 감사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산업은행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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