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장에 ‘對與 강성’ 김현미… ‘대선의 해’ 예산혈투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3일 03시 00분


[20대 국회 상임위원장 인선]김현미, 세월호 국조특위 등 공세 앞장
당내 “정부 예산 관례대로 못할것”
환노위장엔 노동운동 출신 홍영표… 노동개혁-가습기청문회 각세울듯

《 나라 살림의 전반을 관할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3선)이 내정됐다. 또 20대 국회 최대의 격전 상임위로 꼽히는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운동가 출신 더민주당 홍영표 의원(3선)이 맡게 됐다. 청와대·여당에 대립각을 세워 왔던 의원들이 주요 상임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거야(巨野)의 정부 견제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 》

 

○ 김현미, 사상 첫 여성 예결위원장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더민주당은 핵심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여당에 내주면서까지 예결위 확보에 공을 들였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올해 예산 심사와 내년도 예산안 편성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에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반드시 예결위를 확보해 심도 있는 예산 심사를 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이 총력을 기울여 확보한 예결위원장에 내정된 김 의원은 예결위, 정무위, 기획재정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를 두루 거쳤다. 당 대변인, 전략홍보본부장, 당 대표 비서실장, 당 비상대책위원 등 주요 당직도 맡았다.

그간 김 의원은 주요 국면마다 대여 공세의 최전선에 섰다. 2014년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고, 19대 국회 전반기에는 기재위 간사로 정부의 재정 정책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펼쳤다. 원내 지도부가 대선을 앞둔 해에 선수(選數)와 나이를 뛰어넘어 김 의원을 사상 첫 여성 예결위원장에 인선한 이유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아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가깝지만, 당시 비노(비노무현) 진영 인사들과의 ‘메신저’ 역할도 했을 정도로 당내 교분이 넓다.

김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종 선출이 되지 않아 계획 등을 밝히기에는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경험에 ‘전투력’까지 갖춘 김 의원을 상대로 정부가 관례대로 예산 심사와 편성에 임했다가는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연말 예산 정국에서 정부·여당과 거야의 ‘예산 혈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더민주당은 김 의원과 윤리특별위원장으로 내정된 백재현 의원(3선)이 예결위원장을 1년씩 맡기로 했다.

○ 노동개혁·TPP, ‘야당 위원장’ 문턱 넘을까

청와대와 여당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파견법 개정안 등 노동 4법을 20대 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환노위 위원장에 대우자동차 노조 출신의 홍 의원이 내정되면서 상임위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9대 국회에서 환노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간사를 맡은 홍 의원은 4대강, 해외 자원개발사업 문제에 대해 야당의 ‘주포’ 역할을 맡았다.

홍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을 늘리고,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면 개혁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노동개혁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하는 논의부터 해야 한다”며 “(노동개혁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습기 청문회’에 대해서도 “3년 전에도 여당이 협조하지 않아 제대로 조사도 못하고 끝났다”며 “대책을 세우려면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통위원장에는 19대 국회 내내 외통위를 지켰던 심재권 의원(3선)이 내정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대해 심 의원은 ‘신중론’을 펴 왔기 때문에 상임위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건복지위원장과 국토교통위원장에는 4선의 양승조, 조정식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호남 의원이 주로 맡았던 농림해양축산식품위원장은 부산 출신의 김영춘 의원(3선)이 맡게 됐다. 여성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아온 여성가족위원장에는 남인순 의원(재선)이 선임됐다.

○ 박근혜 대통령, 국회 개원 연설 ‘주목’

13일로 예정된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향후 정국 흐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첫 국회 연설인 만큼 협치와 소통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밝혀온 대로 협치와 소통 강화가 주요 메시지가 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개원식 후 여야 대표 및 5부 요인과의 간담회도 관심사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장택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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