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개원 연설에서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이슈에 상당부분을 할애한 것은 국회의 협조 없이는 자칫 산업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을 마련하고 미래먹거리가 될 신산업 육성을 위해선 관련 법 개정이 필수적이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법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모두 정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국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경제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경제의 부진과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 경제와 수출을 이끌어 온 조선업, 해운업 등 주력산업들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리한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조선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인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골리앗 크레인이라 불리던 핵심 설비를 단돈 1달러에 넘긴 ‘말뫼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선 “시장원리에 따라 기업과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관련 주요 의사결정이 모두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결정됐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을 놓고선 박 대통령과 야당의 인식차가 다시 한번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고용보험법의 개정을 통한 실업급여의 조속한 확대가 필요하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중장년 근로자의 뿌리산업 파견이 허용돼야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근로자가 재취업할 수 있다”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파견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다며 별도의 실업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함께 규제철폐를 위한 국회의 협조도 당부했다. 그간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회의, 무역투자진흥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 각종 대통령 점검회의 때마다 ‘규제 단두대(Guillotine)’, ‘혁명’, ‘암 덩어리’ 등 강경한 표현을 쏟아냈지만 규제개혁의 체감도는 높지 않은 실정이다. 박 대통령은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를 선진경제로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열쇠는 규제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를 혁파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눈물 흘리는 청년의 절규도,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어 달라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마냥 지켜만 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해외순방 성과 설명에도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구조개혁으로 경제와 사회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이란 순방과 관련해선 “거대 이란 시장을 선점하고, 약 40조 원에 달하는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대해선 “경제·안보 뿐 아니라 개발협력을 통한 신뢰 형성이 장기적인 우호관계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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