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국회 개원 연설]‘소통-협력’ 부드러워진 화법
野 “경제-남북문제 많은 대화 필요”…김종인 “협치 하겠다니 기다려볼것”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국회와의 소통·협력 및 국회 존중을 강조하며 이전 4차례의 국회 연설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여소야대 체제에서 협치를 통한 입법 없이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국회에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20대 국회가 국정의 한 축을 든든히 받쳐줄 것을 당부드린다” “20대 국회가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고 존중받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자리매김해 주길 바란다”며 국회에 대해 시종 낮은 자세를 보였다. 주요 국정과제와 관련한 입법을 촉구하면서도 “(노동개혁과 관련해) 국회가 혜안을 가지고 뒷받침해 주길 바란다” “(구조조정 및 규제개혁과 관련해) 국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등 한결 부드러운 화법을 사용했다.
4·13총선 전인 올해 2월 16일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 때만 해도 국회, 특히 야당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날이 서 있었다. 당시 야당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반대 논리에 “어느 순간 의료영리화로 둔갑됐다”고 비판했고, 노동개혁법 반대는 “편향된 시각”이라고 몰아붙였다.
지난해 10월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이상 왜곡과 혼란이 없어야 한다”며 야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비판했다.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지 못하면 후손들에게 큰 짐을 지우게 된다”고 경고했다. 2013년 시정연설에서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패배 후 3당 원내지도부 회동을 통해 협치 분위기를 조성했다. 최근에는 야당과 대화 경험이 많은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임명해 야당에 관계 개선 신호를 보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이 누구보다 엄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당은 박 대통령이 소통과 협력 의지를 밝힌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본회의장을 떠나며 “연설 내용 중에 협치를 하겠다고 했으니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국회와 더욱 많은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아직도 대북정책이 저렇게까지 경색돼 있다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구조조정 등에 대한 일방적 홍보와 해외방문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이었을 뿐 우리가 바라는 협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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