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KF) 신임 이사장(사진)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을 비롯한 한국의 외교정책을 지원해주는 우군으로 ‘한국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라며 “다양한 공공외교 기관 가운데 KF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출범 25주년을 맞은 KF는 8월 공공외교법 시행으로 법적 기반을 확보하는 등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KF가 △문화 교류 △한국학 진흥 △지한파 네트워크 육성 등 한국 알리기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각국에서 한국 외교정책을 지원할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공공외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마주한 현실적인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4강의 지원 없이 외교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35년간의 외교관 재직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이 이사장은 1980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주폴란드 대사, 대통령 직속 G20 정상회의준비위원회 행사기획단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 대사를 지냈다.
실제로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한미 동맹 발언처럼 가장 가까운 나라인 미국에서조차 한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 이사장은 “우리 대북 정책, 한일 역사 문제, 동북아 역학구도 등 한국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교 정책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랫동안 공공외교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일본에 비해 한국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는 어려움도 있다. 단기간에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으로 각국 친한(親韓)파 차세대 리더 육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재 미국에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 등 싱크탱크 4곳에 한국 연구석좌직(Korea Chair)이 있다. 최근 미 상원의원 비서실장 5명이 KF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가는 등 한국의 친구를 만드는 작업은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이지만 국가브랜드는 2011년부터 27위로 올라선 이후 계속 정체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1980년대 중반 신참 외교관 시절 미국에 갔더니 옷을 차려 입고 나가면 일본인이냐, 부스스하게 나가면 중국인이냐 물었다”는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일화를 소개하며 “한국인이냐고 묻는 사람이 없던 당시에 비하면 한국의 브랜드는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싸이 김연아 등 뛰어난 개인 덕분에 한국이 알려졌다면, 이제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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