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3일 4선의 조경태 의원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으로 뽑은 것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올 초 4·13총선을 겨냥해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옮겨왔기 때문만이 아니다. 여당 몫의 기재위원장은 기재위에서 오래 활동한 경제 관료 출신의 이종구 의원이나 경제학 박사인 이혜훈 의원 중 한 사람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측돼 왔다. 그런데 정무위를 지원했던 조 의원이 돌연 기재위로 지망 상임위를 바꾸고 위원장 경선에 뛰어들었다. 전체 114표 중 70표로 선출됐다는 건 친박(친박근혜)계의 기획과 노골적인 세력 과시가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
이종구 의원은 총선 패배 이후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 때문에 우리가 심판을 받았는데 그 중심에 최경환 의원이 있다”고 비판해 친박의 눈 밖에 났다. 이혜훈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데다 “돈 풀기와 부동산 띄우기의 초이노믹스는 효과 없다”고 최경환 전 부총리의 경제정책을 비판해왔다. 결국 친박계는 친박 좌장인 최 의원을 비판한 두 사람에게는 핵심 경제정책을 다룰 기재위원장 자리를 맡길 수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당의 주류가 누구인지 재확인시킨 셈이다.
아무리 의미 없는 행위였다 해도 새누리당이 ‘계파 청산 선언’을 한 것이 불과 닷새 전이었다. 그러고도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자기들 뜻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을 ‘친박 패권주의’ 아니면 뭐라고 하겠는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인 8월 9일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선출키로 한 것도 국민의 관심이 덜한 틈을 타 당권을 잡겠다는 친박계 의도가 역력하다.
20대 국회 개원일이던 5월 30일 정진석 원내대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상임위 배치와 위원장 선출을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계파, 분파활동으로 당의 통합을 해(害)하면 제명 등 강한 제재를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친박계가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할 것을 기대하는 국민은 이제 없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도, 김 위원장도 친박 패권주의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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