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상황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이 이뤄질 경우 기존 대통령제하에서 선출된 의원들이 그 권력을 이어받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학자들도 정부형태와 권력구조의 개편이 이뤄지면 새 헌법의 정신에 걸맞게 국회를 다시 구성해야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법학)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행 헌법의 부칙 3조 1항을 보면 ‘이 헌법에 의한 최초의 국회의원 선거는 이 헌법공포일로부터 6월 이내에 실시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경우에는 새로 임명을 하고 선출직은 새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립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에서 국회의원의 임기가 4년으로 보장돼 있는 만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국회의원의 임기를 단축하는 등 개정안의 내용에 따라 정하기 나름”이라고 재선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전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국회를 새로 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과도기적인 상황인 만큼 현직 의원들이 지위를 승계하는 것이 맞다”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형태의 변화 때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새로 뽑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도기적인 현상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마치 컴퓨터를 포맷하듯 새로 시작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제헌국회의 경우에도 헌법 제정을 위해 선출된 의원들이지만 헌법을 제정한 뒤 새로 뽑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지봉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개정안의 효력이 발생하게 되면 미래를 향해 효력이 미치기 때문에 선출해 놓은 국회의원의 지위는 자연스럽게 승계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헌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국민투표에 부치게 돼 있는 만큼 국회가 자신의 임기를 줄이거나 재선거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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