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公 감원-에너지공기업 8곳 상장 등 기능조정에 그쳐
45곳중 통폐합 5곳뿐… 수술 포기하고 차기정권에 넘긴 격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대한석탄공사가 올 하반기(7∼12월)부터 단계적으로 생산량과 정원을 줄이고 신규채용을 중단한다. 또 내년 상반기(1∼6월)부터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한국중부발전 등 발전 5사와 한전KDN,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8개 에너지 공기업의 상장이 순차적으로 추진된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각각 독점하고 있는 전력판매(소매) 분야와 가스도입·도매 분야는 민간에 개방된다.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공공개혁은 끝까지 간다는 각오로 추진해 달라”며 “우리의 과제는 되면 좋지만 안 돼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돼야만 하는 것’이고, ‘오늘 못 하면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감한 통폐합 없이 단순 업무 기능조정에 그친 ‘반쪽 개혁’인 데다 8개 에너지 공기업 상장 등 핵심 과제 상당수가 실현 가능성이 낮아 정부가 공공개혁 과제를 사실상 다음 정권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기능조정 대상 기관 45곳 중 통폐합 대상은 기초전력연구원, 국립생태원, 낙동강생물자원관,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호남권생물자원관 등 5곳에 그쳤다. 그나마 2곳은 설립 예정이라 실질적으로 통폐합이 이루어지는 기관은 3곳이다. 각 부처와 공공기관 노조의 강력한 반대로 통폐합 대상이 최소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공기업은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 폐업이 유력시됐던 석탄공사와 지난해 2조 원의 손실을 봐 해체 위기에 놓였던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2곳은 ‘단계적 구조조정’을 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올해가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이고 내년에 19대 대선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에 주어진 공공개혁 골든타임은 올해 말까지 6개월 남짓이다. 기대치에 못 미친 기능 조정안마저 추진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미 관련 공기업 내부에선 ‘차기 정권까지 조금만 버티자’는 인식이 팽배하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남아있는 정부 역량마저 기업 구조조정에 집중될 경우 자칫 공공개혁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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