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치고 민생(民生)을 강조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지역주의가 망국적이라고 비판하지 않는 정치인도 찾아볼 수 없다.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20대 총선에서 야당 불모지인 부산에서 당당히 당선돼 3선(選) 고지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직 지역주의 벽을 허물지는 못했지만 자그마한 틈은 냈다고 자평한다. 또한 이제 지역주의와 사촌지간인 막무가내식 편 가르기도 넘어서야 할 때라고 말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은 김 의원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범위에서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제외하자고 야당 의원답지 않은 제안을 했다. 6월 말로 끝나는 세월호특조위 활동을 연장하기 위해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하려면 새누리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므로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 절충안을 낸 것이다. ‘7시간 조사’를 고집하는 쪽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지만, 김 의원의 제의는 나름 합리적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더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으로 돌아오면 다른 사람이 된다. 영남권 신공항의 부산 가덕도 유치를 죽기 살기로 외친다. 그는 14일 부산에서 열린 유치 집회에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과 함께 참석했다. 부산역 광장에 비상대책본부 천막까지 쳐놓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세월호 문제에서 보여준 유연함은 온데간데없다. ‘영남권 소지역주의’를 부추기는 투사로 돌변한 듯한 느낌도 준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김영삼(YS) 민추협 공동의장 비서로 들어가 ‘YS의 셋째 아들’로 불릴 만큼 총애를 받았다. 서울 광진갑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초선(16대),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재선 의원(17대)이 됐지만 당의 독선에 맞서 거푸 탈당했다. 특이한 정치 이력이다. 돌고 돌다 보니 세상 보는 눈도 달라졌는가 보다. 그는 이제야 민생정치에 눈을 떴다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신공항 문제에 대처하는 걸 보면 그의 다짐이 영 미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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