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개헌론의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있지만 그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한 속내는 제각각이다. 여권의 생각은 이원집정부제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로 의견이 갈린다. 대통령의 권한을 어떻게 나눌지와 각 정당·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셈법이 복잡한 셈이다. '
○ 여권, 이원집정부제로 꿩 먹고 알 먹고
새누리당은 현행 ‘87년 체제(5년 단임 대통령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공감대 아래 이원집정부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원집정부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외치(外治)를 담당하고, 국회에서 내치(內治)를 책임질 총리를 배출하는 체제다. 권력이 분산되면서도 대통령을 직접 선택하기를 원하는 국민 정서에 부합한다는 장점이 있다.
‘진박(진짜 친박근혜)’으로 분류되는 헌법학자 출신 정종섭 의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헌 논의는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꿔 국가가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느냐에 수렴돼 있다”며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권성동 사무총장도 통화에서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기를 원하니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가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개헌 논의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원집정부제가 되면 외교·안보에 강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더욱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에서는 총리를 배출할 여지가 생긴다. 친박계 내에서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2014년 10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언급했을 때에도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 대표가 총리 자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야권은 권력구조 방향 놓고 동상이몽
야당은 사정이 복잡하다.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4년 중임제와 지방 분권형 개헌에는 찬성”이라는 태도다.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에 대해선 “(현 정부의) 정권 연장 의도가 담긴 개헌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개헌에는 찬성하면서도 구체적 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반면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 내각제는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국정의 전권을 갖는다. 두 사람이 직접 대권을 거머쥐기는 힘든 상황에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통해 권력의 중심에 설 기회를 만들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당 민병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원집정부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선거구제 개편을 개헌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거나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근본적인 권력구조 개편이 가능하고, 야당 의원들의 폭넓은 개헌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헌 시점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내정자는 통화에서 “내년 4월로 예상되는 보궐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종섭 의원도 “연말까지 (개헌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충분한 국민적 공론 과정을 거친 후에야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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