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4선)이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좌진이 30분 뒤 예정된 다음 일정을 보고했다. 그는 “내 사무실에 들어온 것이 나도 이번이 두 번째다”며 “만나야 할 분이 많아서 서울에 와도 사무실에 들를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다시 ‘김부겸’이다. 4·13총선 이후 김 의원은 가장 주목받는 국회의원 중 한 명이 됐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새누리당의 ‘성지’라고까지 불리는 대구에서 당선됐다. 야당 후보가 대구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된 건 31년 만이다.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45년 만의 ‘사건’이다.
정치권은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으로, 야권의 ‘스타’로 떠오른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선거 직후부터 원내대표, 당 대표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고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선거 이후 스스로를 ‘대구 초선’이라며 몸을 낮추고 있다. 중앙정치와도 거리를 두고 대부분의 시간을 대구에서 보냈다. 다른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시동’을 걸 때도 그는 “대구 시민들이 더민주당 후보를 뽑아준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며 대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 그가 6월 들어 국회 개원과 함께 ‘공존과 상생’을 화두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서울에 머물 집도 마련했다. 그는 8일 전북 전주 방문에서 “야권과 대한민국의 운명을 위해 나의 역할을 찾겠다”고 했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차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준비가 안 됐는데 야심만 가지고 나서는 것은 맞지 않다”며 “내 안 깊은 곳에서 뭔가가 터져 나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부와 고민에 그치지 않고 내가 느끼는 답답함 절박함, 현장의 목소리, 전문가들의 이론이 종합적으로 내 안에서 체화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대선 도전의 전제 조건은 대구 시민의 동의와 자신의 준비다. 일주일에 세 번씩 대구를 찾는 것도, 최근 2주에 한 번씩 각계 전문가들과 공부모임을 시작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그는 야권의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같은 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를 거론하며 “상대편 얘기를 듣고 같이 함께 살길을 모색하는 공감 능력은 내가 더 낫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1년 반 남은 차기 대선의 화두를 “우리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어떻게든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내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존과 상생’의 구체적 해법으로 ‘강자들의 양보’를 꼽았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갈등과 분열, 대립으로 풀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현실에 대한 분노가 상존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강자들이 약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먼저 부담해 줘야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도 그동안 김 의원이 당권보다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더 많았다.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성과 중도 성향의 합리적 이미지 등을 발판으로 곧바로 대권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부산 출신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최근 들어 그가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먼저 당내 기반을 구축한 뒤 차차기를 노리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도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우리들의 목표, 우리들의 책임,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이달 말 생각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한 김 의원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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