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이 유승민 복당 받아들여야 與 내분도 풀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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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계파 청산과 단합을 외친 지 불과 1주일 만에 혁신비상대책위의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을 놓고 또 자중지란에 빠졌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은 어제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분당(分黨)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며 복당 결정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혁신비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투표에도 동의했던 김희옥 위원장은 뒤늦게 “회의가 위압적이었다”며 사퇴를 고심 중이라고 한다. 친박계가 지난해 7월 유 의원을 원내대표 자리에서 몰아내고 한 달 전엔 김용태 혁신위원회를 무산시켰듯이, 이번엔 정 원내대표를 ‘강제 퇴진’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해서 친박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지 궁금하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받든 친박이 유 의원을 총선 공천에서 무리하게 내치려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라는 파동을 일으켰고, 결국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패배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의 결정이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거둬들이는 게 민심을 먹고사는 정치인의 도리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어제 유 의원의 복당 결정에 대해 “여론 수렴 과정이 미흡했지만 비대위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이 정답이다.

2008년 18대 총선 때의 친박도 유 의원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친이(친이명박)계의 ‘공천 학살’에 친박계는 집단 탈당해 친박연대 등의 간판으로 출마했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26석을 얻었다. 이들을 향해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던 당시 박 대통령은 친이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복당에 발 벗고 나서 끝내 관철시켰다.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했던 박 대통령이 “이 대통령은 ‘친이 친박은 없다’고 했는데 그런 게 없는 상태라면 복당시키는 게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은 왜 자신들의 과거는 되돌아보지 못하는가.

친박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박 대통령을 의식해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당 총재까지 겸임하며 여당을 좌지우지하던 3김(金) 시대가 아니다. ‘박정희 시대’가 아니라면 복당 문제는 대통령이 간여할 일도 아니고, 해서도 안 된다. 결국 박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유 의원을 받아들여야 새누리당 내분이 해소되고 지긋지긋한 계파 갈등도 종식될 수 있다. 국민 통합과 야당과의 협치(協治)를 말하는 박 대통령이 왜 유 의원 같은 사람 하나 넉넉하게 품지 못하는지 답답하다.
#새누리당#유승민#유승민 복당#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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