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제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경쟁 국가들은 상하이 디즈니랜드 등 국제 테마파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데, 한국은 지역 주민의 표심만 얻고 버리는 선거용으로만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수자원공사 등 유니버설스튜디오 사업자들은 당초 사업협약 체결 시한이었던 이달 말까지 사업협약을 맺는 게 불가능하게 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수공 관계자는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USK)’ 컨소시엄 사업자들이 사업에 대해 책임을 덜 지려 하다 보니 각자의 의무와 권리를 정하는 사업협약을 이달 안에 체결하기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니버설스튜디오 준공 시점도 당초 밝혔던 2020년 이후로 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공은 지난해 12월 경기 화성시에 들어설 유니버설스튜디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USK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국내 투자기업 USKPH, 대우건설, 도화엔지니어링, 중국 국영 건설사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 중국 국영 여행사인 홍콩중국여행유한공사(CTS) 등 5개 기업과 수공, 경기도, 화성시, KDB산업은행 등이 참여했다. 수공은 2020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유니버설스튜디오를 개장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까지 사업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 사업자들은 지분 조정 등을 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무산될 것을 우려해 각자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사업자들 “정부 소극 지원”… 2020년 준공 힘들듯 ▼
일부 사업자는 “대통령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했지만 정부가 소극적이었다”고 전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기관의 관계자는 “이제 대통령 임기 말이어서 정부가 이 사업에 전력투구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게다가 컨소시엄에 참여한 산업은행은 최근 부실 경영에 이은 구조조정 여파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힘들어졌다.
협약이 체결돼도 사업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사업 허가권을 쥔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 본사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사업 허가에 대한 입장을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미국 본사는 이 사업이 대통령 공약이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확실히 지원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며 “반대로 우리 정부는 미국 본사 측이 먼저 사업을 허가해 주길 바라며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유야무야된 국제 테마파크 사업은 한둘이 아니다. 화성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이미 2012년 사업자 간 이견으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경남 ‘진해글로벌테마파크’는 정부의 복합리조트 공모 사업에서 떨어진 후 무산됐다. 이에 따라 “경남도가 사업 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사업계획만 홍보해 도민들에게 상실감만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천시의 ‘로봇랜드’ 사업도 진전되지 못해 시민들에게 허탈함만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국제 테마파크 사업을 현실에 맞게 개편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흥식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마파크만으로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가족 중심 여행도시로 탈바꿈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처럼 카지노 등을 결합해 사업성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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