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성호]대북정책에 ‘지역구 잣대’ 들이대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03시 00분


강원 황영철 “경원선 복원중단 안돼” 의원들 정책보다 ‘지역구 챙기기’

고성호·정치부
고성호·정치부
“경원선 남북철도 복원사업을 재개하라!”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19일 “남북 접경지역의 경제발전과 통일을 기원하는 국민의 염원을 외면하지 말고, 내년 11월 개통을 위해 차질 없이 진행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원선 철도(서울 용산∼북한 강원 원산) 복원 사업 잠정 중단’이 본보 단독 보도(17일자 A1·5면)로 확인되자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4·13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의 혁신에 목소리를 높이던 황 의원은 강원 북부 지역인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의 3선 의원이다. 선거구 조정으로 휴전선 접경지역을 지역구로 갖게 된 그로선 경원선 철도 복원 사업 중단의 지역경제 여파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걸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 이후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시기에 이뤄졌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없이는 남북 협력도 없다’는 큰 틀의 정책 방향 속에서 나온 결정이다. 경원선 잠정 중단이 적절했는지 찬반양론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역구 민원 해소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제 갓 개원한 20대 국회에서 비슷한 사례는 적지 않다. 20대 국회 1호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파주에 공단 등을 조성하자는 내용이다. 정작 박 의원은 얼마나 재원이 필요한지 등을 담은 비용추계서는 제대로 첨부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경북 포항남-울릉)이 제출한 울릉도·독도 지역 지원 특별법안도 지역 민원의 성격이 다분하긴 마찬가지다. 비용추계서를 보면 2017년부터 5년간 투입해야 할 혈세만도 3030억 원이다.

의원들은 13일 국회 개원식에서 “국가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했다. 지역 유권자가 뽑아준 지역구 의원이든, 직능을 대표한 비례대표 의원이든 의사결정의 최종 기준은 지역도 직능도 아닌 국가이익이 돼야 한다는 뜻일 게다. 앞으로 4년간 의원들은 지역과 국가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안을 놓고 결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때마다 부디 개원식 선서의 초심을 떠올리길 바란다.

고성호 정치부 sungho@donga.com
#대북정책지역구#지역구#경원선#강원#황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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