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사이드]여야 두 구원투수의 ‘평행이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1일 03시 00분


김희옥 칩거 파동, 김종인 닮은꼴

난파 직전의 당에 ‘구원 투수’로 초빙됐다. 당내 권력 다툼으로 적잖은 시련을 겪었다는 점도 닮았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68)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76)의 얘기다.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두 사람이 입당한 뒤의 상황은 매우 비슷하다. 김종인 대표는 올해 1월 입당한 뒤 ‘차르’라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2월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당 중앙위원회가 자신이 만든 비례대표 순번을 거부하자 격분해 사퇴까지 검토하며 칩거했다.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집으로 찾아가 고개를 숙여야 했다.

4개월 뒤 김 위원장도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혁신비대위가 16일 유승민 의원 등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을 결정한 과정을 두고 당무를 거부하며 칩거했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19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사죄한 뒤에야 당무 복귀를 결정했다.

이 같은 과정은 기존 정치권 인사들의 ‘노익장 리더 길들이기’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당내 기반이 없다”며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더민주당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진영 사이의 힘겨루기가 두 비대위 수장에게까지 불똥이 튄 셈”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정치권 경험이 없는 비대위원장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8월에 각각 전당대회를 연다. 전대가 끝나면 김 위원장과 김 대표는 당의 임시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둘의 전대 이후 행보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현역 의원으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원외 인사로 새 당 대표가 취임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다.

김 대표에게는 또 한번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의원은 “‘김종인=경제민주화’라는 확고한 개인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대선 주자들 중 ‘러브콜’을 보내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은 한계”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희옥#김종인#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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