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직전의 당에 ‘구원 투수’로 초빙됐다. 당내 권력 다툼으로 적잖은 시련을 겪었다는 점도 닮았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68)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76)의 얘기다.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두 사람이 입당한 뒤의 상황은 매우 비슷하다. 김종인 대표는 올해 1월 입당한 뒤 ‘차르’라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2월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당 중앙위원회가 자신이 만든 비례대표 순번을 거부하자 격분해 사퇴까지 검토하며 칩거했다.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집으로 찾아가 고개를 숙여야 했다.
4개월 뒤 김 위원장도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혁신비대위가 16일 유승민 의원 등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을 결정한 과정을 두고 당무를 거부하며 칩거했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19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사죄한 뒤에야 당무 복귀를 결정했다.
이 같은 과정은 기존 정치권 인사들의 ‘노익장 리더 길들이기’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당내 기반이 없다”며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더민주당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진영 사이의 힘겨루기가 두 비대위 수장에게까지 불똥이 튄 셈”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정치권 경험이 없는 비대위원장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8월에 각각 전당대회를 연다. 전대가 끝나면 김 위원장과 김 대표는 당의 임시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둘의 전대 이후 행보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현역 의원으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원외 인사로 새 당 대표가 취임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다.
김 대표에게는 또 한번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의원은 “‘김종인=경제민주화’라는 확고한 개인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대선 주자들 중 ‘러브콜’을 보내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은 한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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