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확장은 영남권에 새로 들어서는 신공항으로 봐도 무방하다.”(서훈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정부의 선택은 경남 밀양도 부산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이었다. 김해공항 확장이 과거 여러 차례 검토됐던 점을 의식한 듯 정부는 이를 ‘김해 신공항’ 건설이라고 표현했다. 신공항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기존 확장안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신공항 건설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냈다는 점을 강조한 수사(修辭)였다.
○ 모든 면에서 김해공항 확장이 우세
21일 국토부와 ADPi의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보고에 따르면 ADPi는 밀양과 가덕도에 각각 활주로 1개와 2개를 짓는 방안과 김해공항에 활주로 1개를 추가하는 방안 등 5가지 최종안을 놓고 평가했다.
활주로 1개 건설비용은 김해공항 확장이 37억8700만 달러(약 4조1700억 원)로 밀양 41억2200만 달러(약 4조5300억 원), 가덕도 67억9400만 달러(7조4700억 원)보다 훨씬 적었다.
또 관제·장애물·기상 등 공항운영과 시장잠재력·접근성·확장성 등 전략적 고려, 사회 경제적 영향과 환경·소음, 비용 등을 담은 평가기준을 만들었다. 가중치에 따라 결론이 바뀔 수 있다는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의 가중치를 달리한 네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검토했다.
결과는 네 가지 시나리오에서 1000점 만점에 817∼832점을 받은 김해공항 확장이 압도적인 1위였다. 현재 시설들을 사용할 수 있고, 군 시설을 옮기지 않고도 추가 활주로 건설이 가능하다는 데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제3의 대안’ 왜 나왔나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대안’이 나온 것은 이번 용역이 밀양과 가덕도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대안을 함께 검토했기 때문이다. 장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완전히 ‘제로’에서 시작해 후보지를 35곳에서 25곳, 8곳, 3곳으로 단계적으로 압축했다”고 말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과거에도 여러 번 검토된 바 있다. 남해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활주로를 연장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공항 북쪽에 신어산 등 장애물이 있어 안전하지 않다는 반대에 부닥쳤다. 활주로를 시계방향으로 틀어 새로 짓자는 안에 대해선 군 시설 이전, 시가지 소음 문제 등의 우려가 나왔다.
2013년 정부는 기존 활주로 서쪽에 반시계방향으로 50도를 틀어 2700m 보조 활주로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했다. 비용이 1조 원가량으로 저렴하고 소음, 장애물 문제도 없었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못 된다는 지적과 함께 “신공항을 백지화하려 한다”는 영남권의 반발에 밀려 흐지부지됐다.
이번 확장안은 과거 문제점을 모두 해결했다고 정부와 ADPi는 주장했다. 2013년 안과 비슷하게 북서 40도 방향의 활주로 1개를 신설해 안전 문제와 소음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터미널 등을 확충해 수용 능력을 크게 높였다는 것이다. 슈발리에 수석엔지니어는 “6100만 명의 항공 수요를 처리하는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적용한 것과 매우 유사해 충분한 용량을 확보할 만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 2026년경 사실상 ‘김해 신공항’ 개항
정부는 김해공항에 4조1700억 원을 투입해 새로운 활주로 1개와 터미널, 관제탑까지 신설하는 등 기존 공항을 사실상 신공항 수준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28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국제선 터미널을 신축하고 1000만 명 수용 규모의 기존 터미널은 국내선 전용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영남권 전체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망도 개선하기로 했다. 동대구∼김해공항을 환승 없이 연결하는 시속 200km급 철도 지선을 신설해 소요 시간을 현재 100분에서 75분으로 단축한다. 부전∼마산선(2020년 개통)과 국제선 터미널을 직접 연결하는 4km 철도 지선, 대구∼부산 고속도로(대구경북) 및 남해 제2고속 지선(부산경남)에서 국제선 터미널로 연결하는 7km 도로 등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연내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내년엔 공항 개발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할 방침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설계 작업을 거쳐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건설 기간은 10년 정도 걸려 2026년경 개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과거에 여러 차례 불가 판정을 받았던 김해공항 확장안이 현실성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용지 매입과 이주비 등을 놓고 지역 주민과의 마찰이 나올 수 있다. 항공기 소음 증가와 이착륙 안전성 의혹 해소, 군 공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반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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