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혁신 내건 ‘여당속 야당’… 정부에 각세우며 복당 신고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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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시동거는 주자들]<9>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신공항 싸고 옥신각신 22일 국회에서 열린 영남권 신공항 관련 5개 시도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왼쪽)이 최근 복당한 유승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유 의원이 전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최 의원은 정치권이 갈등을 부추겨선 안 된다고 정부 편을 들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신공항 싸고 옥신각신 22일 국회에서 열린 영남권 신공항 관련 5개 시도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왼쪽)이 최근 복당한 유승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유 의원이 전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최 의원은 정치권이 갈등을 부추겨선 안 된다고 정부 편을 들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신공항 관련 영남권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복당 신고식’을 했다. 특유의 ‘까칠함’을 통해서다. 그는 “정부가 결론을 내린 만큼 지역 갈등이 해소되길 바란다”면서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은 계속 불가하다더니 갑자기 최선의 대안이라고 하니까 전부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차관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신통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복당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내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4·13총선을 둘러싼 여권 내홍은 ‘유승민으로 시작해 유승민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여권은 참패했고 16년 만에 여소야대, 20년 만에 원내 3당 체제가 만들어졌다. ‘돌아온 유승민’은 또 한 번 정치 지형을 흔들 기폭제다. ‘보수 혁신’을 기치로 정치권 ‘새판 짜기’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유 의원을 두고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과 방향성이 (나와) 비슷한 분”이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안 대표는 유 의원이 19대 국회 국방위원장 시절 위원장실로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고 한다. 안철수-유승민-손학규 등 중도세력 ‘빅텐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유 의원은 주변 인사들에게 “당 밖으로 몇 명 뛰쳐나간다고 바뀌는 게 아니다. 내 정치 목표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당을 바꾸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안 대표의 정체성을 아직 잘 모르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괜한 오해를 피하려고 ‘제3지대 창당’을 준비 중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의 다음 달 초 식사 약속도 취소했다고 유 의원 측은 전했다.

유 의원은 ‘보수 혁신’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당내 변화의 에너지는 충분하다. 대선에서 패한 뒤 (어쩔 수 없이) 바뀔 것이냐, 패배 전에 (스스로) 바꿀 것이냐 선택의 문제”라며 “지금 변화를 거부하다가 대선에서 패한 뒤 내가 말한 대로 바꾸려면 친박(친박근혜)계도 머쓱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유 의원이 8·9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대선 직행’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한 측근 인사는 유 의원의 대선 도전 가능성에 “와이 낫(Why not·왜 아니겠느냐)”이라고 했다. 이어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보수 정권 8년여를 거치면서 ‘보수는 유능하다’는 신화가 깨졌다. 대선 국면에서 개혁 의지와 콘텐츠 생산 능력이 탁월한 유 의원에게 분명 유리한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 의원도 최근 “(정치 입문 이후) 야당 8년, 여당 8년을 겪으면서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것보다 당선된 이후 잘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사람이 다음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는 필요한 일을 피한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보수 정체성 논란’에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평소 “새누리당은 소수 몇 사람이 당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그런 정당이 아니다. 누구든 지나가는 ‘가객’일 뿐이다. 정치에서 주종관계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당원동지’라고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다만 유 의원이 ‘큰 꿈’을 꾸기에는 당내 세력이 미미하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전통적 보수층을 끌어안을 수 있느냐도 숙제다. 총선 참패 원인을 담을 새누리당의 총선 백서가 나오면 유 의원은 또다시 계파 내전(內戰)의 한복판에 설 수 있다. 보수층 사이에서 ‘유승민 피로감’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유 의원은 지난달 31일 서울 성균관대 강연에서 공공선을 강조하는 ‘공화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면서 △평등한 법치 △재벌총수 사면복권 금지 △사법·행정 전관예우 금지 등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용감한 개혁’을 외치지만 사실상 여권의 ‘외톨이’인 그가 ‘퀀텀점프(대도약)’ 하려면 보수층의 위기감이 얼마나 크냐에 달렸다는 해석도 있다. 아직은 그의 기반이 취약해 보인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새누리당#유승민#복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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