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이 최근 경남 사천 사업장에서 양산 출고식을 가진 폴란드 수출용 K-9 자주포 차체. K-9 자주포는 서구 선진국의 자주포에 뒤지지 않는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유럽 등 세계 수출시장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화테크윈 제공
한화그룹은 삼성탈레스(현 한화탈레스)와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에 이어 두산DST(현 한화디펜스)까지 인수하면서 탄약과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항공기와 레이더, 기동 및 대공무기 등 육해공 무기체계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종합 방산회사로서의 면모를 구축했다.
한화는 이 같은 인수합병을 통해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방산업계 1위로 발돋움하는 한편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10위권의 방산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과가 하나둘씩 가시화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최근 경남 창원 사업장에서 폴란드 수출용 K-9 자주포의 차체 양산 출고식을 열고 초도 생산분 6대를 선적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테크윈은 2014년 12월 폴란드 국영방산업체인 HSW사와 폴란드 육군에 K9 자주포 차체 120대(약 3억1000만 달러·약 3610억 원)를 납품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한-폴란드 정부 간 국제품질보증협정에 따라 한국 정부를 대표해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이 수출장비의 품질 보증을 맡아 신뢰성을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품원은 차체의 제작 과정 초기부터 참여해 폴란드에서 요구하는 성능 조건을 충족하도록 무결점 품질 보증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고 한화 측은 설명했다. 이런 활동이 세계시장에서 한국 무기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폴란드 육군이 지난해 한화테크윈이 폴란드 HSW사에 납품한 시제품을 기반으로 제작된 Krab 자주포에 대해 올 3월까지 주행과 사격, 환경적응 시험 등을 실시한 결과 모든 평가기준을 완벽하게 통과했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시제품 개발이 양산과 수출 성과로 이어지면서 세계 굴지의 방산업체들이 공략했던 유럽시장에서 한화테크윈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북유럽과 중동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분야 무기전시회(유로사토리·Eurosatory)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됐다. 한화테크윈은 K9 자주포 실물을 전시장에 선보여 유럽과 아시아, 중동 국가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부 국가와 수출 계약 상담도 구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9 자주포의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터키(2001년)와 폴란드(2014년)에 이어 세 번째 해외시장 진출이 성사되는 셈이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터키와 폴란드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K9 자주포의 입소문이 인근 국가에 퍼지면서 유럽 전역에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K9 자주포가 세계 시장에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실전에서 운용하고 있는 자주포 가운데 가장 최신형이고,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40km 밖의 적 표적을 향해 15초에 3발의 포탄을 사격할 수 있는 K9 자주포의 급속사격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주포로 꼽히는 독일제 PHZ 2000자주포와 대등하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한화디펜스도 이번 전시회에서 수출 성과를 올렸다. 우선 독일 MBDA사와 1600만 달러(약 187억 원) 규모의 패트리엇 발사대 분야 정비 및 성능개량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디펜스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패트리엇 개량사업에도 참가하며 향후 MBDA사와 발사대 및 레이저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벨기에 CMI 디펜스사와 750만 유로(약 99억 원) 규모의 포탑 구조물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CMI디펜스사는 군용 장비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미군 등에 공급하는 업체다. 이 계약을 통해 한화디펜스는 K21 장갑차 차체에 CMI 디펜스사의 105mm 포탑을 탑재한 신형 경전차를 만들어 세계 무기시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화디펜스는 두산DST 시절인 최근 2∼3년간 CMI 디펜스사의 포탑과 두산DST의 장갑차체를 결합한 콘셉트형 경전차를 만들어 세계 유수의 무기 전시회에 참가하며 시장성을 분석해왔다.
신현우 한화디펜스 대표는 “세계 방산시장에서 중형 전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 전술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경전차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기존 K21 장갑차에 해외에서 기술력을 이미 인정받은 CMI 디펜스사 포탑을 탑재한 신형 경전차를 만들어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경전차는 국내에서 우리 군용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국내 방산업체가 만든 무기가 내수용이 아니 수출 전용으로 생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대표는 “중동, 남미, 동남아 등에서 경전차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이번 유로사토리 전시회를 계기로 CMI 디펜스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조만간 신형 경전차 완성형을 제작해 해외 무기 전시회에도 적극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방산부문도 이번 전시회에서 정밀유도기술 기반의 표적탄을 비롯해 155mm 사거리 연장탄, 60mm 및 81mm 박격포탄, 40mm 유탄, 회로지령탄, 기동저지탄, 화포 및 유도무기 신관류 등을 전시했다. 아울러 최근에 새롭게 수주에 성공한 유도무기 개발사업과 기존의 탄약 성능 개량사업 등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방산 포트폴리오를 갖춘 만큼 앞으로 해외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 국가경제와 안보에 적극 기여하도록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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