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이 ‘화성-10’이라는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병철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을 부둥켜안는 사진이 23일 노동신문에 실렸다. 다섯 번 실패 뒤 여섯 번째의 성공에 파안대소하는 김정은 옆에서 미사일 개발을 주도해온 김낙겸 전략군사령관 등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어제 국방부는 북의 무수단 미사일이 최대 3500km 이상 비행이 가능해 괌의 미군기지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밝혔다. 괌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김정은의 지하벙커를 타격할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 폭격기 등이 출동하는 전략 거점이다. 북이 핵탄두 미사일로 괌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면 미군의 한반도 증원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되고 미국은 적극적 개입을 꺼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군의 대응 태세는 국민에게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22일 북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뒤 “일부 기술적 진전은 있었지만 성공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21일 북이 미사일 발사 준비 중이라는 일본 보도에도 “임박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어제서야 군 당국이 “무수단 미사일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 요격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2020년대 초반 구축할 예정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도 사실 북한을 설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끝까지 반대할 경우 박근혜 정부가 이에 맞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북의 동향조차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파악할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오늘 6·25전쟁 발발 66주년을 맞는다. 아무리 한미동맹이 튼튼해도 미국이 자국 이익보다 한국의 안보를 우선시할 리 없다. 북의 핵과 미사일에 독자적으로도 대처할 수 있도록 국방 능력을 강화하는 안보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망국적 이적(利敵)행위인 방위사업 비리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김정은이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정부와 군이 ‘한미동맹 강화’ 이상의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66년 전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의 무방비 상태와 다를 바 없다. 피로써 나라를 지킨 선열들이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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